수학, 음악, 그림, 언어가 뒤섞인 『괴델, 에셔, 바흐』를 난해한 천재성의 상징이 아니라 연결 규칙의 책으로 읽는다. 형식 체계, 재귀, 자기지시, 비유, 층위의 이동이 어떻게 의식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지 단계별로 추적한다.
구성은 「세 갈래가 한 책에서 만나는 방식」에서 출발해 「형식 체계는 규칙으로 움직인다」, 「기호 조작과 의미는 어디서 만나는가」를 거치고, 후반부의 「증명과 비유를 같은 무게로 읽지 않기」와 「연결의 논리를 독립 실험으로 옮기기」까지 이어진다. 각 장은 실제 원고의 절 구조를 따라 개념, 사례, 반례와 적용 조건을 분리해 살피며 한 장면의 인상을 전체 결론으로 확대하지 않도록 질문의 순서를 세운다.
우리는 이 기호열을 보자마자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는 산술의 의미를 읽는다. 그러나 규칙 자체에는 ‘둘’, ‘더하기’, ‘넷’이라는 말이 없다. 규칙은 어느 위치에 세로선을 붙일지, 문장의 모양을 어떻게 바꿀지만 정한다. 기호의 뜻을 모르는 사람도 규칙표만 정확히 따르면 새로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그 사람이 산술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서 첫 번째 갈림길이 생긴다. 형식 체계의 내부에서는 어떤 문자열이 출발 문장과 규칙으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외부의 독자는 그 문자열을 자연수의 덧셈으로 해석한다. 내부의 생성 가능성과 외부의 의미 해석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기호를 다룬다’는 사실만으로 ‘뜻을 안다’고 결론 내리거나, 반대로 의미를 해석하는 존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규칙의 엄밀성을 가볍게 보게 된다.
잠시 해석을 바꾸어 보자. 세로선을 한 걸음, 더하기 표시를 두 경로의 합류, 등호를 도착점의 일치라고 읽을 수도 있다. 그러면 || + | = |||은 두 걸음을 간 뒤 한 걸음을 더 가면 세 걸음의 위치에 도착한다는 말처럼 보인다. 규칙은 그대로인데 의미가 달라졌다. 이 해석도 구조를 어느 정도 보존한다. 그러나 모든 해석이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규칙으로 생성되는 문장 전체와 안정적으로 맞물리는지, 예외가 생기지 않는지,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숨기는지 확인해야 한다.
책의 압도적인 분량보다 개념 사이의 다리를 먼저 보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읽은 뒤에는 핵심 개념이나 신호를 외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자료와 상황을 만났을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하고 어떤 조건에서 판단을 보류하거나 수정해야 하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