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였고, 개혁가였고, 독립운동가였으며, 시인이었다. 그러나 한용운에게 이 여러 이름은 서로 다른 삶이 아니었다.
문화평론가 박성진이 다시 쓰는 만해 한용운의 생애. 홍성의 한 소년이 세상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산문山門에 들어선 뒤에도 세상을 버리지 않았던 시간, 1919년 3월 역사의 한가운데로 걸어간 결단, 옥중에서도 굽히지 않은 정신, 그리고 『님의 침묵』의 언어에 이르기까지 — 이 책은 승려·개혁가·독립운동가·시인이라는 낱낱의 호칭 뒤에 가려진 '인간 한용운'을 30개의 장으로 되짚는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한용운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 곧 자유다. 불교 개혁을 향한 목소리와 3·1운동 민족대표로서의 결단, 그리고 떠난 '님'을 향한 시의 언어는 서로 다른 세 갈래가 아니라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것. 저자는 '님'을 연인이나 조국이라는 하나의 답으로 가두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자 조국이며 동시에 진리와 자유를 향한 마음으로 열어 둠으로써, 『님의 침묵』이 어떻게 한 세기를 건너 오늘의 독자에게까지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한다.
1944년 심우장에서, 해방을 1년 앞두고 눈을 감은 한 사람. 그가 남긴 질문 —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 은 이제 한용운의 것이면서 동시에 이 책을 읽는 우리 각자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