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권의 책을 써온 작가 백지원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꽤 많은 책을 쓴 사람처럼 보이지만, 저는 아직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설렙니다. 첫 문장을 쓰기 전에는 늘 조금 떨리고, 인물의 마음이 제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그들의 선택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많이 썼지만, 여전히 한 편의 이야기를 대하는 마음만큼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후회, 상처, 사랑, 선택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나를 믿었더라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처받으면서도 왜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이 제 이야기의 시작이 됩니다.
《이혼당한 황후가 제국을 샀다》 역시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된다면, 과연 어떤 삶을 선택할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처럼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과 삶을 먼저 지켜낼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세레나를 완벽한 사람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 때문에 흔들리고, 믿었던 사람 때문에 아파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도 하는 사람. 하지만 결국 자신의 두 발로 다시 일어서서 “이번에는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세레나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단두대까지 갈 정도의 극적인 사건은 없더라도, 누구에게나 마음속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 하나쯤 있으니까요. 그때 하지 못한 말, 놓쳐버린 사람, 포기해버린 꿈, 너무 늦게 알게 된 나 자신의 소중함까지.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를 씁니다.
소설 속에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한 번 무너졌던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 이 이야기를 읽다가 아주 잠깐이라도 자신의 삶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