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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흐르고 지혜는 남는다

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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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흐르고 지혜는 남는다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총 용량7.4 MB이용기기
ISBN9791143825568
책 소개
세 살 아이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올라갔던 자리였다. 아버지는 신발 끈이 풀렸나 싶어 무릎을 굽혔다. 그 높이에서 앞을 보자 다른 것이 보였다. 금속 판이 바닥에서 하나씩 솟아오르고 있었다. 어른에게는 길이었고 세 살에게는 벽이었다.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었지만 두 사람은 같은 것을 보고 있지 않았다.

40년 가까이 아이들 앞에 섰던 저자를 끝까지 붙든 것은 세 마디였다. 여섯 살에 할머니께 들은 ""보면 알지."" 중학생 때 어머니께 들은 ""그냥 느낌이야."" 예순이 넘어 낯선 기계실에서 들은 ""나 개코잖아."" 세 번 다 그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돌아섰다.
이 책은 그 문 앞으로 다시 걸어간 기록이다. 안경을 거꾸로 쓰고 뒷걸음으로 들어간 교실에서 시작해, 이력서 대신 분필 한 자루를 받아 든 면접을 지나고, 같은 지침을 읽고도 17초가 갈린 두 교실 앞에 선다. 45분 수업 중 30분을 혼자 떠들던 자기 목소리를 녹음으로 다시 듣고, 처마 밑 메주를 만지시던 할머니의 손끝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30년 치가 담긴 가죽 수첩을 덮어서 돌려주던 지하 기계실의 밤에 닿는다.

교수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질문을 어떻게 바꾸어 물어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에 아이를 향하던 질문은 어느 시점에 저자 자신을 향했고, 마침내 오래 그 일을 해온 사람들을 향했다. 그들은 그 짧은 순간에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당신 곁에도 오래 한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매일 밥상을 차리는 어머니일 수도 있고, 현장에서 기계를 만지는 선배일 수도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하시느냐고 물으면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냥 하다 보면 알아요."" 그 ""그냥"" 안에도 상황과 신호와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아직 누구도 묻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여기까지 보았다. 당신은 여기서부터 다시 보라.

목차
[목차]
프롤로그   움직이는 계단 앞에서    - 4 -

  1 부    첫 발 – 학교 3년    - 9 -
1장. 거꾸로 쓴 안경    - 10 -
2장. 같은 45분, 다른 오후    - 14 -

  2 부    분필 한 자루 – 강남 학원    - 20 -
3장. 이력서 대신 날아온 백묵    - 21 -
4장. “선생님, 3번 활동을 왜 건너뛰셨어요?”    - 25 -
5장. 연필은 언제 깎아야 하는가    - 29 -
6장. 도안 색칠하기와 낙서장    - 33 -
7장. 칠판을 삼킨 아이와 “반대로?”    - 37 -

  3 부    두 방향의 화살표 – 교회와 학원 사이    - 41 -
8장. 스무 자리의 기도문과 사라진 진도    - 42 -
9장. 예수의 세 단어, A.S.K.    - 45 -
10장. 문제를 만들어 오세요    - 48 -
11장. 밑줄 긋기 7단계와 퐁당 퐁    - 51 -
12장. R&D 대신 R&I, 그리고 제주의 실험    - 55 -

  4 부    지도에 없는 길 – 전국 5년    - 58 -
13장. 두 교실 사이의 17초    - 59 -
14장. 밤 10시 원장실의 세 줄    - 63 -
15장. 1번 문제에 숨겨둔 비밀 사다리    - 66 -
16장. 칼 대신 건넨 질문과 10분의 반전    - 70 -

  5 부    절반씩 – 공방학교, 아이를 보는 법    - 75 -
17장. 50분의 침묵과 지우개 금지령    - 76 -
18장. 다람쥐 배틀과 품사 마피아    - 80 -
19장. 노란 완장과 두 개의 교단    - 84 -
20장. 3줄의 요약과 “잠깐만요”    - 88 -
21장. 황동 종소리와 아빠의 물개박수    - 92 -

  6 부    등 뒤로 세는 열 – 공방학교, 나를 보는 법    - 97 -
22장. 등 뒤로 접은 열 손가락    - 98 -
23장. 녹음기 속의 30분 독백    - 101 -
24장. 하얀 봉투 속의 거울    - 105 -
25장. 낯선 복도의 세 번의 헛스윙    - 108 -
26장. 다섯 개의 that과 텅 빈 종이    - 111 -

  7 부    부엌 - 그 ‘느낌’을 꺼낼 수 있을까    - 115 -
27장. 툇마루의 메주와 찬장 속의 빈 통    - 116 -
28장. 냄비 속 거품과 처형의 1초    - 120 -
29장. 어머니의 ‘평소’와 낯선 복도    - 123 -
30장. 네 개의 열쇠와 민호의 샤프 끝    - 126 -

  8 부    주머니 속의 사탕 – 기계 현장 2년    - 131 -
31장. 넉 달의 사탕과 20년 전의 밸브    - 132 -
32장. 좌우로 나뉜 노트와 생략된 한 문장    - 135 -
33장. 10초 만의 “여기네”와 보일러실 과장님    - 138 -
34장. 아무 일 없던 날들과 “조금만 더”    - 141 -
35장. 세 개의 진입로와 “원래 그래”의 해체    - 144 -
36장. 손때 묻은 가죽 수첩과 갱지 다섯 장    - 147 -

에필로그   그냥 타는 아이    - 151 -

작가 소개
  • 작가비랑
비랑신경재 · 40년 교육자, 이제는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법을 궁리하는 사람

비랑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은 뜻을 묻습니다. 비랑은 대답 대신 웃습니다. 이름의 뜻보다 그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신경재. 40년을 교실에서 보낸 사람의 본명입니다. 중학교 교단에서 3년, 강남 학원가에서 15년, 전국의 낯선 교실을 돌며 5년, 직접 세운 공방학교에서 15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2년은 아이가 아니라 손에 기름때가 묻은 어른들 앞에 섰습니다. 자리는 계속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같았습니다. 사람 앞에서 입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 · ·
교실에서 말을 건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질문 하나를 던지려면 그 말이 아이에게 어떻게 가닿을지를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비랑에게 말은 늘 재미와 함께 왔습니다. 지식을 옮기는 말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얼굴이 풀리는 말. 40년 동안 연습해 온 것이 그 말 거는 법입니다.
그 말들이 쌓여 스무 권 남짓한 책이 되었습니다. 교실에서 목소리로 건네던 말이 이제는 활자가 되어 더 멀리까지 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말 뒤에는 늘 오래 붙잡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웃기려고 던진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이 정말 누군가에게 가닿는지, 정말 배움이 되는지를 오래 따졌습니다. 사람이 배우는 순간을 40년 동안 지켜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붙잡는 훈련을 했습니다.
어떤 순간에 아이의 눈이 달라지는지, 어떤 침묵이 이해로 가는 길목인지.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을 구조로 옮기려던 오랜 생각이 세 가지 틀로 남았습니다. 비랑아이 v3, GBY-ID, C.R.A.F.T. 이름은 달라도 향하는 곳은 같습니다. 배움이 실제로 일어나게 하는 것.
· · ·
생각은 붙잡고만 있으면 완성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걸어 나가야 합니다. 비랑은 예비 사회적기업 GBY Heritage Works설립 예정: 주식회사 비랑를 통해 그 생각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의 손끝에 남은 것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것을 손으로 꺼내놓는 일에는 누림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오래 상상만 하던 것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비랑에게는 삶을 누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걸음의 끝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랑은 매달 섬나위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어르신들을 찾아갑니다. 책도 계획서도 없이 한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안부를 묻는 시간입니다. 지식 전승이라는 말이 사실은 이 소박한 만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 · ·
재미, 도움, 누림, 나눔. 비랑의 글과 일을 관통해 온 네 마디입니다. 따로 떼어 설명하면 딱딱해지지만 살아보면 처음부터 하나였습니다. 말을 걸 때 재미가 있었고, 생각을 붙잡을 때 누군가에게 갈 도움이 있었고, 행동으로 옮길 때 누림이 있었고, 관계를 맺을 때 나눔이 있었습니다.
""기술을 아는 사람은 많습니다. 사람이 배우게 만드는 것이 제 40년입니다.""
한 사람의 교육자가 걸어온 40년이, 이제는 여러 사람의 손끝에 남은 것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GBY Heritage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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