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만 22세의 나이로 등단,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이 년에 한 권꼴로 신간을 펴내며 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소설가 김경욱. 그의 열번째 소설집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가 출간되었다. 한 명의 작가가 무려 열 권의 소설집을 내는 경우는 “본 적이 없거니와,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운 사례”이기호 소설가라는 점에서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는 김경욱이라는 작가가 한국 문단 내에서 그간 묵묵히 정진하며 얼마나 독보적인 성취를 이룩해냈는지를 방증한다. 다섯번째 소설집 『위험한 독서』2008 개정판과 나란히 출간되는 이번 신작 소설집에는 소설과 소설가라는 직업의 의미에 관해 오래도록 벼려온 김경욱 작가의 사유가 응축되어 있다. 현실과 환상, 청춘과 노년,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소설이라는 허구가 어떻게 진실의 얼굴을 획득하는가”이경재 문학평론가, 해설를 인간 실존의 문제와 연결 지어 심도 깊게 탐구한다.
현실을 초월하는 예술적ㆍ낭만적 가치를
다시 현실이라는 맨바닥에 붙들어놓는 아이러니
김경욱 작가를 수식하는 세간의 다양한 별칭이 있지만, 그를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말은 결국 ‘소설가’다.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에는 그런 그의 정체성을 파헤치는 일명 ‘소설가 소설’, 즉 메타소설이라고 부를 법한 작품들이 다수 담겼다. 수록작 속 인물들은 대개 작가이거나 예술학교 교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책이나 글쓰기에 연관되어 있다. 자전적 성격을 지닌 이러한 설정들은 단순히 작가가 자기 삶을 기록하고 고백하기 위해 택한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기 위해 설계된 정교한 서사 장치에 가깝다.
「너는 별을 보자며」와 「너는 지구에 글쓰러 오지 않았다」의 화자는 등단한 지 오래된 소설가이자 소설 창작 수업을 이끄는 교수다. 이들은 매 순간 이해심과 인내심을 시험당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이 2쇄도 찍기 힘”78쪽든 냉정한 현실 속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내는 이제 무대 위에서 빛나는 자신의 ‘최애’를 좇는 데에 여념이 없고「너는 별을 보자며」, “가르치는 일과 창작을 병행”146쪽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와중 상식 수준을 초월하는 별난 수강생의 등장이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너는 지구에 글쓰러 오지 않았다」. 한편 「낫과 밤」의 화자가 겨루어야 할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나’는 한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차기작을 내지 못해 세상으로부터 잊혀가고, 자신의 작품에 결여되어 있는 “시적 심연”209쪽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끝에 정신 착란까지 겪게 된다. 이렇듯 김경욱은 예술적 가치를 좇는 소설가란 직업을 낭만적인 영역에 가두지 않고 냉혹한 현실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와 핍진하게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속 인물들에게는 한가로운 사념이나 달콤한 고독에 젖어들 여유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삶이란 때때로 불의의 사건, 예컨대 투신자살하는 사람과 부딪히는 희박한 확률의 사고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거나「한 사람만 데려갈 수 있다면」 치매로 인해 가장 가까운 가족은 물론 자기 자신마저 잃어가는「모르는 사람」 식으로 언제든지 참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