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쓰는 사람, 김남희가 지나온 시절의 문장들. 속도와 효율만을 좇는 세상에서 작가 김남희는 오직 걷고 쓰는 일로 자신의 삶을 꾸려왔다. 2003년에 시작된 첫 여정 이후 그의 걸음 곁에는 늘 수첩과 펜이 함께했다. 그날 먹은 음식, 하루의 지출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한 시절 기대었던 사람들, 그 사이에 품었던 높고 낮은 감정들까지. 그렇게 수십 권의 일기장에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던 글들은 세월을 건너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문장 사이사이에 고양이들이 불쑥 나타난다. 다마스쿠스의 시장 골목에서, 그리스의 오래된 항구에서, 알바니아의 우거진 숲속에서, 세계 곳곳의 자동차와 쓰레기통 위에서. 모든 사진은 작가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직접 촬영한 것이다. 어떤 길 위에서든 기어이 느긋하게 웅크린 고양이들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생명력,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다정함을 스무 해 넘도록 기록해온 사람. 이 둘이 자연스럽게 닮아 보이는 이유는 자신만의 보폭으로 삶을 나아가는 작가의 태도와 한낮의 낮잠 같은 고양이의 모습이 서로를 비추기 때문 아닐까. 누군가에게 내보이지 않아도 24년 동안 자신을 향해 적어온 글과 고양이들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함께 담긴 이 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진되어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또 다른 위안이 된다.
목차
들어가며
1부 2003-2014 인샬라 사막이 들려주는 것들 한 사람의 영원 길들여진다는 것 세상은 사흘 보지 못한 동안에 벚꽃이라네 스러지는 것들의 슬픔 건너편의 일상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사회 사랑이 끝난 자리 포트 코친으로 가는 기차에서 사랑의 형태 아, 페르세폴리스! 그 시절, 그곳으로 외로움이라는 숙명 절로 나아가는 기분 온기 그림의 말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 카를로스의 말 서울 쓸데없는 생각 산티아고 가는 길 그리운 얼굴 젖은 숲에서는 길 위에서 우리가 배운 것들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슬프고 아름다운 삶 세상의 끝에서 오래된 것들 텅 비어버린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고 삶의 투명함 하이에나와 사자 그리고 인간 날마다 진보 사랑한다는 것 산 3월 온통 그리움 세상을 건너가는 법 광장에 서서 유배하듯 자유의 냄새 불꽃놀이 뛰어내려 피어 있는 사람들 초여름의 숲 헤어지는 연습 강인함 저마다의 강 모국어와 외국어 돌아보며 여행에 관한 글 인생의 시작 나무에 가만히 귀를 대면 겨울의 초입에서 어떤 마음 나의 화두 새삼스러운 감정 위선 공명하던 것들 여행자 반짝이는 시절 기분 좋은 낭비 몸과 마음의 분열 그해 겨울이 살아온다 비밀에 대하여 이 순간만큼은 8월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 저녁을 먹다 문득 충분하다 점점 더 나이 든 여자들이 좋아진다 지상 최대의 축제 여행자 연기 비행기 안에서 삶이 그러하듯 빈 것의 아름다움 안도감 그리고 고립감 알 수 없는 질문들 헬싱키행 비행기 걷기 속수무책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용기 다시, 출발 아침에 나온 집을 왜 못 찾아요? 점심의 심술 오래오래 삶의 틈 다시 길 위에서
2부 2015-2026 약간의 구름과 별들 그리고 보름달 종일 비가 내리고 축복처럼 찾아온 밤 모든 것이 낡았고 바랬고 해진 곳 그저 머물다 갈 뿐인 가득 찬 침묵 텅 빈 날들 여름의 의지 자꾸 딴짓을 한다 어디에나 있다 삶을 견디는 재능 애쓰지 말자는 다짐 응시하는 글, 포기하지 않는 글 혼자서 고요히 상실의 시대 멀어진 거리 탓에 아몬드 나무에게 물었지 지금, 인간답기 이미 있다 내 탓이오 언제나 버거웠다 환한 밤 카미노 북쪽 길을 시작하며 이 단순함 일찍 길을 나서는 즐거움 두고 온 세계 그 말에 기대어 오비에도 대성당 매일 숱한 밤들 알게 되었다 심장이 기분 좋게 뛰는 오후 낡은 서점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완벽한 소진 생선과 영혼 돈에 관하여 모두가 웃는다 지도란 무엇인가 바람이 나를 쓸고 지나간다 과거 예측 불가의 삶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길 이토록 다양한 삶의 어떤 속수무책 신을 믿게 된다면 풍경 속으로 열정적인 사람들 무표정한 얼굴 속 폭풍 쇼핑 행복을 느끼는 기술 숲 인간이라는 존재 견디는 날들 이토록 황홀한 세계 고래를 기다리며 낯설면서 익숙한 완벽해서 슬픈 계속 나아갈 거야 걸어간다 기도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몸의 온도 일상이라는 죄책감 간호 무더위 페이스트리 방과후 산책단을 시작하며 엄마 없는 날들 부재 온갖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 좋은 허탈감 남긴 자리 아, 갱년기 아슬아슬 부디 삶의 터전 가장 간소한 것으로 겨울이 왔어 느긋하게 그저 살아내는 날들 여름 오늘은 호스트 불화 꼭 깊은 밤 태양이 뜨지 않
작가 소개
작가김남희
2003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스무 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공저,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길 위에서 읽는 시》, 《여행할 땐, 책》,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일단 떠나는 수밖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