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빛나는 생각, 가려진 삶

김동희
이성과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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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5,900 ⓒ
빛나는 생각, 가려진 삶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8.0 MB이용기기
ISBN9791122060195
책 소개
역사는 복잡한 발견을 몇 개의 이름과 문장으로 압축해 기억한다. 소크라테스의 문답, 칸토어의 집합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오펜하이머가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가 그런 표지로 남았다. 업적이 교과서의 정리와 공식으로 굳어지는 동안, 그 업적을 만든 사람이 겪은 재판과 질병, 협업과 돌봄, 정치적 선택은 기록에서 빠져나갔다.
이 책은 고대 아테네에서 20세기 유럽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의사, 암호 해독가 30여 명의 생애를 여섯 개의 부와 21개의 장으로 따라간다. 목표는 업적을 낮추는 데 있지 않다. 한 생각이 어떤 질문과 우연, 경쟁과 협업을 거쳐 나왔는지, 제도와 편견이 그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함께 기록해 업적을 더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있다.
책은 네 가지 긴장을 축으로 삼는다. 첫째는 사유와 공동체의 긴장이다. 소크라테스, 히파티아, 브루노, 갈릴레이의 사건은 죄목과 절차가 서로 달랐고, 그 차이를 구분해야 제도가 불편한 주장을 위험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드러난다. 둘째는 지적 성취와 개인의 고통이다. 칸토어, 괴델, 볼츠만, 에렌페스트, 니체의 생애에서 책은 무한이나 엔트로피를 탐구했기 때문에 병을 얻었다는 인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셋째는 지식의 사용과 책임이다. 하버와 오펜하이머의 사례에서 책임은 발견, 개발, 배치, 사용의 단계로 나뉘어 검토된다. 넷째는 공로의 배분이다. 리제 마이트너, 로절린드 프랭클린, 조슬린 벨 버넬의 사례는 성별과 지위, 망명과 분야의 위계가 인정에 서로 다른 경로로 작용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인물을 성인이나 순교자로 만들지 않는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서 견해를 철회했고, 하버는 화학전을 애국적 의무로 정당화했다. 제멜바이스와 튜링은 옳았기 때문에 박해받은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은 19세기 의학 제도와의 충돌 속에서, 다른 한 사람은 성적 지향을 처벌하던 형법 아래에서 삶이 훼손되었다. 책은 이 차이를 하나의 천재 비극으로 뭉뚱그리지 않으며, 사실과 전언과 후대의 해석을 구분해 서술한다. 증거가 부족한 대목은 ‘전한다’, ‘추정된다’와 같은 표현으로 증거의 수준을 밝혔다.
입자물리학자인 저자는 대각선 논법, 불완전성 정리의 적용 범위, 통계역학의 엔트로피, 아벨-루피니 정리와 갈루아 이론 같은 개념을 일반 독자를 위해 풀어 쓰되 정리의 가정과 한계를 생략하지 않는다. 본문에서 오해하기 쉬운 개념과 사실관계는 책 뒤의 ‘장별 보충 설명’에 따로 정리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폴 에르되시에 이른다. 그는 영예를 독점하는 대신 수백 명의 동료와 문제를 나누었고, 그의 삶은 앎이 반드시 고립과 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빛나는 생각, 가려진 삶』은 고통을 위대한 생각의 조건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책이 묻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말한 사람이 권력 때문에 침묵당하지 않고, 발견의 공로가 공정하게 나뉘며, 지식의 결과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조건이 무엇인가이다.

목차
일러두기
여는 글: 빛나는 생각 뒤에 가려진 삶
1부 · 권력이 사유를 심판할 때
1장 · 소크라테스: 재판과 독배
2장 · 히파티아: 권력 투쟁이 지운 이름
3장 · 브루노·갈릴레이: 우주와 종교재판
2부 · 선택지가 좁아진 삶들
4장 · 세네카: 강요된 죽음과 자기 통제
5장 · 벤야민: 역사의 한계, 포르부의 밤
6장 · 들뢰즈: 질병과 ‘하나의 삶’
3부 · 사유의 한계와 삶의 균열
7장 · 칸토어: 무한의 크기를 비교하다
8장 · 괴델: 증명의 한계와 불안
9장 · 볼츠만·에렌페스트: 엔트로피와 고립
10장 · 니체: 영원회귀와 사후의 전유
4부 · 직관과 증명, 발견과 발명
11장 · 라마누잔·하디·디랙: 직관, 증명, 아름다움
12장 · 아벨·갈루아: 방정식과 뒤늦은 인정
13장 · 패러데이·맥스웰·아인슈타인: 보이지 않는 것을 본 눈
5부 · 만든 것 앞에서
14장 · 오펜하이머: 창조와 양심
15장 · 프리츠 하버: 비료와 화학전의 책임
16장 · 제멜바이스·튜링: 제도와 개인의 상처
6부 · 우연, 그리고 지워진 이름들
17장 · 준비된 우연: 곰팡이와 꿈
18장 · 동시 발견: 진리를 소유하는 이름
19장 · 공로가 충분히 기록되지 않은 이름들
20장 · 페렐만·그로텐디크: 상과 제도를 떠나다
21장 · 에르되시: 떠도는 기쁨
닫는 글: 생각은 빛나고 삶은 남는다
장별 보충 설명

작가 소개
  • 작가김동희
입자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자. 과학과 철학, 그리고 두 분야가 만나는 주제를 강의하며, 과학과 철학의 개념을 일반 독자에게 전하는 인문교양서를 쓴다. 이 책에서는 수학과 물리학 개념의 정확한 범위를 설명하는 일과, 업적의 이름 뒤에 놓인 제도와 시대의 조건을 복원하는 일을 함께 시도했다. 쓴 책으로 『세계는 본질이 있는가』, 『칸트는 왜 뉴턴을 필요로 했는가』, 『왜 동양은 과학을 낳지 못했는가』이상 이성과 본질, 2026, 『물리학의 인문학적 이해』역락, 2019, 『바벨탑의 힉스 사냥꾼』사이언스북스, 2014, 『톱쿼크 사냥』민음사, 1996 등이 있다.
출판사
이성과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