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무심코 앱을 열었다가 장바구니에 열 개 넘는 물건을 담아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3천 원짜리 우산, 5천 원짜리 무선 이어폰, 2천 원짜리 주방 도구까지—합쳐도 만 원이 안 되는 금액에 결제 버튼을 누르고 나면 묘한 쾌감마저 든다. 그 쾌감을 설계한 회사가 바로 테무Temu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테무는 전 세계 이커머스 지형을 다시 그릴 것처럼 보였다. 미국에서는 슈퍼볼 광고까지 등장했고, 한국에서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토종 플랫폼들을 위협할 만큼 커졌다.
그런데 지금, 그 기세는 눈에 띄게 꺾여 있다. Reuters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2025년 12월 소액 소포 한 건당 3유로의 관세를 2026년 7월부터 임시로 부과하기로 합의했고, 150유로 이하 물품에 적용되던 면세 한도 자체는 2028년까지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미국은 이미 2025년 5월 중국과 홍콩발 소액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이른바 '데미니미스de minimis' 제도를 폐지했고, 같은 해 8월 29일부터는 전 세계 모든 국가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 조치를 담은 법안에 따라 2027년에는 면제 제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예정이다.
흥미로운 건, 테무를 무너뜨리려 한 것이 경쟁 플랫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쿠팡도, 아마존도, 알리익스프레스도 아니었다. 테무의 성장 곡선을 꺾은 건 각국 정부가 만든 관세 규정과 소비자 보호법이었다. 한국에서도 2025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테무의 경품 이벤트 광고를 허위·기만 광고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었다. 금액만 보면 크지 않은 제재였지만, '해외 플랫폼이라 손댈 수 없다'는 인식에 균열을 낸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테무의 성공 방식은 정말 특별한 혁신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규제의 빈틈을 정확히 찾아낸 결과였을까.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2025년 한 해 매출 4조 5,36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다이소 역시 저가 전략을 쓰지만, 수입 안전성 검증과 사후 책임이라는 다른 축 위에 서 있다. 이 책은 두 회사의 대비를 통해, '싸다'는 것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를 따라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