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묻고, 엔지니어가 답한다.
조선의 과거시험에는 '책문策問'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왕은 응시자에게 경전을
얼마나 외웠는지 묻지 않았다. 법을 고치면 왜 또 다른 폐단이 생기는지, 전쟁 뒤의
백성을 무엇으로 살릴지를 물었다. 좋은 인재를 가려내는 질문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 판단하는 힘을 본다.
2026년, 반도체는 국가전략과 안보, 증시와 자본, 빅테크와 제조업, 전력과 일자리를
동시에 흔든다. 이 책은 그 현실을 조선의 책문처럼 묻는다. AI 호황의 이익은 누구의
몫인가. 예지보전 AI가 경고했지만 물리 센서는 정상이라면 장비를 언제 세울 것인가.
자동화로 줄어든 시간은 누가 갖는가. 클러스터의 전력과 용수를 특정 지역이 더
부담해야 하는가.
22개 장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훈련시킨다. 먼저 피할 수 없는 딜레마를 한 문장으로
세우고, 공개된 데이터로 질문의 현실성을 확인한다. 서로 대립하는 답안을 가장 강한
형태로 맞세운 뒤, 어느 쪽이 옳은지 서둘러 판정하지 않고 각 답이 성립하는 조건과
실패하는 조건을 묻는다. 그리고 90초 안에 '결론 → 근거 → 가장 강한 반론 → 전환
조건'을 자기 말로 말하게 한다.
AI는 자료 후보를 찾고 반론을 만드는 조사 도구로 쓰되, 답을 정하는 권위로 두지
않는다. 독자는 출처와 기준연도와 단위를 확인하고, 어느 조건에서 자기 결론을 바꿀지
말해야 한다.
면접장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한 장씩 읽는 취업 준비생에게는 생각의 발판이 되고,
현업 엔지니어에게는 익숙한 결정을 낯설게 보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면접은 정답을 맞히는 자리가 아니다. 복잡한 문제 앞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