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몇 시간 전, 한지우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듣는다.
“네 아버지, 내가 죽였어.”
아버지 한성철은 이십삼 년 전 사업 실패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이었다. 가족은 그가 빚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어머니는 마지막 힘을 다해 한마디를 더 남긴다.
“옛집 온실 밑을 파봐.”
장례를 마친 지우는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집으로 돌아간다. 깨진 유리와 잡초만 남은 온실 아래에서 실제 사람의 유골이 발견된다. 그런데 DNA와 법의학 감정 결과는 지우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다.
죽은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다. 서른 살의 여자다.
이름은 윤서미. 이십삼 년 전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다 같은 날 사라진 경리 직원이었다.
그 순간부터 지우가 알고 있던 가족의 과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믿었던 자신의 병원기록에는 차량 사고가 아니라 둔기에 의한 머리 외상이 적혀 있고, 어머니의 오래된 통장에서는 해마다 같은 날짜에 누군가에게 돈을 보낸 흔적이 발견된다. 아버지의 사업 동료와 오래된 금융기록을 따라갈수록, 지우는 아버지의 실종마저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야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온실 아래의 여자, 기억에서 사라진 석 달, 이십삼 년 동안 이어진 송금,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 그리고 죽기 전까지 죄를 품고 있던 어머니.
《엄마가 죽기 전, 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했다》는 한 가족이 오래 숨겨온 죽음의 밤을 되짚으며, 가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선택한 침묵이 누구의 삶을 무너뜨렸는지를 따라가는 가족 심리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