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식품 회사 영업 현장에서 살아온 박 철민.
삼십 년 넘게 농산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물건을 팔며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어느 날 정년 퇴직이라는 낯선 시간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좋았다. 늦잠도 자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낚시도 했다. 하지만 출근할 곳이 사라진 하루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러던 어느 봄 날, 아내 정숙과 함께 강원도 산골을 찾았다가 우연히 작은 마을 하나를 만난다.
솔재 마을.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고, 오래된 집과 밭을 지키며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은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잠시 살아볼 생각으로 빈집 하나를 얻은 철민에게 마을 사람들은 감자를 심으라 하고, 밥을 먹으라 하고, 사람을 태워 읍내에 다녀오라 한다. 철민은 조용히 쉬러 왔을 뿐인데 어느새 남의 밭을 들여다보고, 농산물 판로를 걱정하고, 이웃들의 크고 작은 일에 끼어들고 있다.
그러나 철민이 마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솔재에는 이미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만의 삶과 지혜가 있었다. 철민은 자신이 평생 일하며 배운 것을 조금 보태고, 때로는 농부들에게 배우며 그들 사이에 천천히 자리를 잡아간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마을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지훈은 자신의 일을 찾아 세상으로 한 걸음을 내딛고, 도시에서 돌아온 정우와 소희 부부는 산골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물건을 나르고, 누군가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그렇게 서로의 손이 조금씩 맞닿으며 오래 조용했던 마을에 다시 웃음과 사람 사는 소리가 늘어난다.
《산골짜기 아기 다람쥐》는 거창한 성공담도, 기적 같은 귀촌 이야기도 아니다.
못생긴 감자 한 알, 이웃이 건넨 된장 한 그릇, 읍내로 향하는 자동차 한 자리, 막걸리 한잔에도 사람의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린 이야기다.
그리고 세 번째 겨울의 문턱.
오랫동안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웠던 솔재 마을의 작은 집에서 우렁찬 울음이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