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어려워졌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교통사고를 당한 한 여자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 시작됩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간병인을 구했다고 말합니다. 경력이 오래되었고, 믿을 만하며, 집에서 지내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여자는 컵이 놓인 찬장을 망설임 없이 열고, 남편이 싫어하는 음식 냄새를 알고 있으며, 가족도 잘 들어가지 않는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아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밤에는 남편의 이름을 부릅니다.
존댓말도, 호칭도 없이.
몸을 다친 아내에게 집은 회복을 위한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익숙했던 곳에서 가장 낯선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사고 전 며칠의 기억을 잃은 서은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찾아 나섭니다. 두 사람이 숨기는 것이 오래된 사랑인지, 자신을 향한 배신인지,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사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정한 손이 건네는 물 한 잔을 의심해야 하는 밤.
눈을 뜨고도 잠든 척해야 하는 시간.
그리고 마침내, 남이 들려주는 기억 대신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