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헌을 말하는 사람은 늘 배신자가 되는가
여섯 사람의 이름으로 읽는 40년
이 책은 1990년부터 2026년까지 개헌을 말했다가 대가를 치른 여섯 사람을 추적한다.
김종필은 두 번 각서를 썼고 두 번 파기당했다. 1990년 3당 합당의 내각제 합의각서에는 노태우와 김영삼, 김종필 세 사람의 서명이 있었다. 1997년 DJP 연합의 합의문에는 1999년까지 내각제 개헌을 완료한다고 날짜까지 박혀 있었다.
김종인은 1987년 헌법을 만든 사람이다.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썼다. 그리고 2017년, 내각제 개헌을 목적으로 대선에 출마했다가 일주일 만에 접었다.
김무성은 상하이의 술자리에서 한 문장을 말했다. 하루 만에 취소했으나 그날 이후 청와대의 적이 됐다.
윤석열의 파면을 두고 2025년 봄 하나의 서사가 퍼졌다. 임기 단축 개헌을 거부해서 파면됐다는 이야기였다. 검증되지 않았으나 보수 진영의 내부 균열을 규정하는 틀이 됐다.
한동훈은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약했다. 그 출정식 맨 앞줄에 김무성이 앉아 있었다.
우원식은 파면 이틀 뒤 개헌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11년 전 상하이에서 나온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실체가 없을수록 낙인은 강해진다
각서를 쓴 사람은 협상 상대가 됐다. 분권형을 말한 사람은 배신자가 됐다. 분권형에 반대해온 사람은 앞잡이가 됐다.
문서가 있으면 반박할 수 있다. 발언이 있으면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다.
2025년 4월, 열렸다 닫힌 단 한 번의 창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2025년 4월, 대통령이 파면되어 권좌가 비어 있었다. 그 60일 동안에는 제안 당시의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그때 4년 중임제로 개헌했다면, 새로 선출될 대통령에게는 그 제약이 적용되지 않았다.
40년 만에 한 번 열린 창이었다. 그리고 당사자가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