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가르침 전체를 단 하나의 정형구로 압축해야 한다면, 많은 불교 학자들이 주저 없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이 구절입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 — 『맛지마 니까야』 등 여러 경전에 반복되는 연기의 정형구
이 네 줄이 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의 전부입니다. 놀랍도록 단순해 보이는 이 구조 — 조건적 발생과 조건적 소멸 — 가 왜 그토록 중요하게 다루어질까요. 그것은 이 구조가 상주론常住論과 단멸론斷滅論이라는 두 극단, 곧 『오온과 무아』 9장에서 다룬 바로 그 두 극단을 동시에 피해가는 유일한 길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것은 영원한 실체를 상정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한 단절 역시 부정합니다. 조건 지어진 발생과 소멸의 사슬만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