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아홉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9월의 책은 2006년 『시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이강의 첫 산문집 『알다시피 모르다시피』이다. “정해지지 않았던 발걸음의 이유를 스스로 채워가”며 “아직 오지 않은 현재와 이미 일어난 미래 사이를 진동하는”조대한 시를 써온 그가 시와 에세이, 짧은 픽션과 편지 등으로 9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애틀랜타에서 매일 하게 될 너의 산책이 글이 될 거야.” 시인 김이강은 언제나 ‘걷고 있는 인간’. 걷다보면 조금씩 평평한 인간이 되는 것 같다. 나를 내려놓고 다시 내가 되어 걸을 수 있다. 가을엔 그렇게 걸을 수 있는 날이 많으니 좋다. 아직 열기가 남은 9월, 단순하고 투명하게 걸으면서 새로운 밀도와 부피로 채워질 수 있다. 작고 투명한 입자에 가까워지며, 아주 조금만 존재하게「미술관 구역」. 시인은 그럴 때 너무 오래되어 단단해진 사랑과 슬픔을 생각하게 되었다. 알다시피 모르다시피. 그 말 안에는 모든 스승님들의 음성이, 모든 모호함과 망설임이 담긴 기분이 든다. 우리의 언어는 언제나 알게 하고 모르게 하며 작동하므로「당신의 새벽과 나의 낮과」. 누구나 알고 모른다는 걸, 손톱만큼 알고 머리카락의 수만큼 알고 심장만큼 아는 것이 모두 다른 양과 질을 지닌 채로 알거나 모르는 상태라는 사실을 되짚는다11일 에세이. 그렇게 말들의 부스러기를 딛고 일어서면 남겨진 미래의 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다. “당신의 언어는 오늘도 붙잡을 수 없네요/나에게로 와서 나를 겪고/당신 쪽으로 끌어당기네요//왠지 그런 쪽으로 가까워지고/비스듬히 엎드려 생각하면/여러 겹의 생을 믿게 되는군요”「사슴인가요」
한없이 느리게 오는 가을. 우리는 아직 남은 열기 안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애틀랜타에서 매일 하게 될 너의 산책이 글이 될 거야.” 시인은 그 예언 같은 말에 따라 글을 쓰고, 그것을 묶고, 완성하게 된 책과 더불어 9월을 통과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에는 삼청동을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어딘지 낡아 있는 듯한 회색빛이다. 흐린 날이 아니어도 금세 채도가 빠져나갔다. 그럴 때, 집을 벗어나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어떤 공간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생기나 활로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늘도 뉘앙스도 없는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비로소 오브제들의 상연과, 새로운 혈관들이 돋아나는 것을 본다6일 에세이. 미국에 온 후 시인의 어떤 영역에서는 끝없이 서울의 거리들이 나타난다. 꿈처럼 스며들어오는 것 같은 감각으로, 머리 뒷면에서부터 느리고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동행자들과 걸으며 느꼈던 바람의 감촉, 갈대들이 모여 있는 구역의 모습, 새로 들어선 호텔의 불빛을 보며 주고받았던 말들까지도「Sad Part」.
단속과 연속 사이에서
잠깐씩 나타나는 너
망설이며 현관문 앞에 선다
누락된 얼굴을 문 앞에 걸어두고
밤새 깜빡이는 빛을 본다.
시인은 우정의 상태일 때 존재의 형태가 바뀐다는 사실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했다. 둘이 있을 때 우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건 완고하게 쌓아올린 나 자신의 어떤 것들을 손쉽게, 때로는 나도 모르게 허물어뜨리고, 다른 세계의 접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워지게 만든다. 상대방 또한 이런 것을 겪는 중일 때 우정이라는 이름 안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존재이며, 그 달라진 존재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