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의 예리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사고와 AI의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만든 기업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는 경험은 마치 거대한 서버실에 들어가 전원이 꺼진 순간, 어둠 속에서 갑자기 켜지는 붉은 경고등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세계. 프렌치 커넥션은 바로 그 세계를 다룬다. 기술이 도난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진실’ 자체가 조작되는 세계. 기업이 공격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공격하는 손이 국가·정치·금융·언론의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세계.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 ‘기억’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취약점이 놓여 있는 세계.
이 소설은 기업 범죄를 다루지만, 범죄의 주체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기술을 훔치는 자도, 기술을 지키는 자도, 기술을 만든 자도 모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 테이블 위에는 계약서가 있고, 계약서 아래에는 검은 계좌가 있고, 계좌 뒤에는 국가안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있다. 이 그림자는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욕망의 형태다. 기술을 가진 자는 권력을 갖고, 권력을 가진 자는 기술을 원한다. 이 소설은 그 욕망이 어떻게 서로를 먹어치우는지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술탈취’가 단순한 산업스파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은 훔쳐지는 것이 아니라, ‘평가’되고 ‘등급’이 조정되고 ‘위험’이 만들어진다. 위험이 만들어지면, 금융이 움직이고, 금융이 움직이면, 기업의 지배권이 이동한다. 이 과정은 모두 합법적이다. 합법적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소설 속 노스브리지와 ORIGIN WEST는 바로 그 합법적 위험을 설계하는 존재다. 그들은 기술을 훔치지 않는다. 기술이 훔쳐졌다고 ‘믿게’ 만든다. 믿음이 사실을 대체하는 순간, 기업은 이미 넘어간 것이다.
정경유착의 묘사는 한국 현실을 너무 정확하게 찌른다. 정치인은 기업을 돕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기술을 외부 세력에게 넘기는 통로가 된다. 기업은 정치인을 이용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의 결정에 종속된다. 이 소설은 정치와 기업이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 인질극의 최종 피해자는 기술을 만든 연구원, 기업을 지키려는 내부 감사자,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린 채 이용당하는 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