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은 쌓이는데, 왜 부탁할 사람이 없을까?
지금 휴대폰을 열어 연락처를 세어 보자.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 그중 '투자 전문가 한 분만 소개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 이 질문 앞에서 거의 모든 창업자가 잠깐 말을 잇지 못한다. 문제는 인맥의 수가 아니라 관계의 구조다.
행사를 200번 쫓아다니고도 빈손인 창업자가 있고, 단 다섯 번의 미팅으로 시드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창업자가 있다. 저자는 그 차이를 사교성이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는 사고방식'에서 찾는다. 인맥을 하나씩 더하는 덧셈형 네트워킹은 들인 만큼만 돌아오지만, 구조를 설계한 관계는 자릿수를 바꾼다. 1 + 1이 11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네트워킹 요령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관계가 작동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책이다. 창업자가 반드시 열어야 할 세 개의 문, 투자자·창업지원기관·멘토가 각각 어떻게 다르게 닫혀 있는지부터 짚고, 한 번의 만남이 신뢰가 되기까지를 네 단계로 나눈 관계 설계 루프 MATE LOOP메타스캐닝·접근 설계·신뢰 미팅·확장와, 그것을 매일의 습관으로 옮기는 10대 운영체계OS를 담았다. 숫자로 증명하라, 증거를 남겨라, 소개를 설계하라, 연결자가 되어라, 느슨한 관계에 주목하라, 연락의 리듬을 만들어라, 진짜 결정권자를 찾아라, 신뢰의 판에 올라타라, 나란히 서서 증명하라, 관계를 기록하라. 열 가지 원칙마다 익명화된 현장 사례가 하나씩 붙어 있고, 장이 끝날 때마다 '비상금'이라는 이름으로 핵심 문장을 챙겨 준다. 12문항 자가진단으로 지금 막힌 단계를 찾아 그 장부터 읽어도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선발하는 쪽의 시선'으로 쓰였다. 창업자로 10년, 창업지원기관에서 100건이 넘는 지원사업을 기획·운영하며 다시 10년, 지금은 액셀러레이터 대표이자 심사역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저자가 심사 테이블 안쪽에서 확인한 사실을 그대로 옮겼다. IR은 무대가 아니라 계단이라는 것, 지원사업 심사와 투자 심사는 언어부터 다르다는 것, 멘토 연결의 결정권은 멘토가 아니라 기관에 있다는 것, 그리고 문이 열리는 팀은 언제나 '다음 행동이 예측되는 팀'이었다는 것.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된 첫 주의 창업자, 첫 IR을 앞둔 팀, 사람 만나는 자리가 늘 부담스러운 내향형 대표에게 특히 필요한 책이다. 관계는 운이 아니라 구조다. 1 + 1이 11이 되는 구조는 설계할 수 있고, 반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