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은 리좀, 배치, 욕망, 탈영토화 같은 유명한 단어 몇 개만으로 읽히기 어려운 책이다. 개념들은 하나씩 고립되어 있지 않고 다른 고원과 접속하며 의미를 바꾸고, 철학·언어·음악·정치·생물학의 문제를 넘나든다. 이 책은 표어처럼 유통되는 개념을 떼어 외우기보다 어떤 문제에서 등장했고 무엇과 연결되며 어디에서 오독되기 쉬운지 따라간다.
실제 원고는 16장과 48절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의 「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지 않는가」와 「두 저자의 공동 작업은 어떤 목소리를 만드는가」가 문제의 기본 단위를 세운다면, 후반의 「기관 없는 신체는 무제한 자유가 아니다」와 「표어 밖에서 다시 읽는 법」는 그 기준을 실제 판단과 복기에 옮기는 구간이다. 장마다 세부 절을 두어 한 번에 하나의 질문을 좁혀 가기 때문에, 앞에서 세운 기준이 뒤에서 어떻게 수정되는지 추적하기 쉽다.
비선형 구성과 두 저자의 공동 작업 방식에서 시작해 리좀, 다양체, 배치, 욕망, 층화, 탈영토화, 얼굴성, 되기, 리토르넬로, 노마돌로지와 국가 장치까지 개념 사이의 다리를 만든다. 현재의 조직이나 네트워크를 설명할 때 개념을 멋진 비유로만 가져오지 않고, 원전의 문맥에서 실제로 무엇이 추가되는지와 무엇이 지워지는지를 함께 점검한다.
개념을 현재의 조직·네트워크·창작에 적용하는 순간에는 원전과 새로운 해석 사이의 거리가 생긴다. 원고는 이 거리를 감추지 않고, 어디까지가 들뢰즈와 가타리의 문제설정이며 어디부터가 오늘의 적용인지 구분해 읽게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전체 지도를 제공하고, 이미 핵심 용어를 아는 독자에게는 용어 사이의 관계를 다시 확인하게 한다. 어려운 문장을 모두 쉽게 바꾸려 하기보다 어떤 문장을 원전으로 돌아가 확인해야 하는지, 오늘의 사례에 적용할 때 어디에 단정 금지선을 그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책의 사례를 그대로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각 장이 요구하는 확인 항목을 자신의 자료와 환경에 적용해 보고, 조건이 달라지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읽으면 한 번의 정답 대신 다음 상황에서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