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게 시를 써달라고 했더니, 내가 쓴 것보다 나았다. 화가에게 그림을 맡겼더니, AI가 그린 것이 더 감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상담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보다 AI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간이 오랫동안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믿어온 영역들이, 하나씩 흔들리고 있다.
이 흔들림 앞에서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결국 도구일 뿐"이라며 애써 태연해지고, 다른 한쪽은 "이러다 정말 대체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둘 다,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가 그림을 더 잘 그리고, 글을 더 빨리 쓰고, 답을 더 정확히 낸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사실 앞에서 인간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무엇이 더 빠르고 정교한가가 아니라, 대체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고 가는 질문은 이것 하나다.
이 책은 AI의 성능을 논하는 책이 아니다. AI 시대에 인간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흔들리고, 무너지고, 때로는 오히려 단단해지는지를 들여다보는 심리 법칙들의 모음이다. 존재감의 상실, 쓸모에 대한 강박,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통제할 수 없는 것 앞에서의 불안 — 이 모든 감정에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흔들림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기계가 무엇을 대신하든, 그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만큼은 아직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