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 시각은 지났고 드릴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사람은 전시대를 분해해야 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서랍을 마무리하고 싶으며, 한 사람은 낮은 수납장을 고치려 한다.
세 사람의 필요는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공구와 한 시간을 동시에 나눠 쓸 수는 없다.
이 책은 김호연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는 질문에서 출발해, 동네 공동 공구보관소라는 별도의 허구를 만드는 창작 수업이다. 반복해서 쓰는 장소는 이전 방문의 무엇을 남기는가.
서로 다른 욕망은 누구의 말과 행동을 바꾸는가. 작은 선택이 다음 선택의 조건이 되려면 무엇이 실제로 달라져야 하는가를 묻는다.
『불편한 편의점』, 장소로 인물을 연결하다은 반복 공간·방문자의 욕망·변화의 누적를 나의 독립 창작으로 옮기는 수업이라는 문제를 작품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집필의 선택으로 옮긴다. 「반납되지 않은 드릴, 독자의 첫 판단」에서 독자가 처음 붙잡아야 할 장면과 목소리를 확인하고, 「반복 공간, 보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와 「실패 초안: 반복 공간을 말로만 설명할 때」에서 그 장치가 흔들리는 조건을 시험한 뒤 「수정 기록: 변화의 누적이 실제로 남았는가」에서 자기 문장에 남길 규칙을 다시 정리한다.
읽기의 목표는 원작의 분위기나 표현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장면의 순서, 정보의 공개 시점, 화자의 거리, 이미지와 사물의 역할처럼 실제 효과를 만드는 요소를 분해한 뒤 전혀 다른 인물과 공간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실습의 중심에는 ‘비슷하게 쓰기’가 아니라 ‘다르게 작동시키기’가 놓여 있다. 원작에서 발견한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재료와 관점, 인물의 목표와 장면의 순서를 바꾸어 시험하기 때문에, 독자는 모방의 흔적을 줄이면서도 자신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각 장은 해설과 실습을 따로 떼어 놓지 않는다. 읽으면서 발견한 장치를 곧바로 다른 상황에 적용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왜 실패했는지 다시 원작의 구조와 대조한다. 그래서 작품 감상과 창작 연습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며, 독자는 자신의 문장을 고치는 근거를 점점 더 구체적으로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