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정확히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시 속 사람들은 서로 같은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있다. 불안을 말하는 사람 옆에 안도를 놓고, 외로움 다음에 따뜻함을 배치했지만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바꾸어 주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감정의 이름이 관계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슬픔이 기쁨에게』, 감정을 서로 말하게 하다는 정호승의 시를 읽으며 얻은 질문을 별도의 창작에서 시험하는 책이다.
호명과 응답, 정서의 대비, 반복의 차이를 따라가되 원전의 목소리와 유명한 이미지를 옮겨 쓰지 않는다. 새 시의 무대는 계단참이며, 그곳에는 젖은 우산 하나와 마른 의자 하나가 있다.
좁은 감각장 안에서 누가 먼저 움직이고 누가 멈추는지 바꾸어 관계의 차이를 살핀다. 어떤 수정에서는 감정 해설을 덜고 몸의 동작을 남긴다.
『슬픔이 기쁨에게』, 감정을 서로 말하게 하다은 호명과 응답·정서의 대비·반복의 차이를 나의 독립 창작으로 옮기는 수업이라는 문제를 작품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집필의 선택으로 옮긴다. 「젖은 우산과 마른 의자 앞에서 누가 말하는가」에서 독자가 처음 붙잡아야 할 장면과 목소리를 확인하고, 「호명과 응답, 말하는 위치의 압력」와 「젖은 우산과 마른 의자를 이미지 사슬로 만들기」에서 그 장치가 흔들리는 조건을 시험한 뒤 「낭독과 자기 진단: 『슬픔이 기쁨에게』 이후 남은 소리」에서 자기 문장에 남길 규칙을 다시 정리한다.
읽기의 목표는 원작의 분위기나 표현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장면의 순서, 정보의 공개 시점, 화자의 거리, 이미지와 사물의 역할처럼 실제 효과를 만드는 요소를 분해한 뒤 전혀 다른 인물과 공간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각 장은 해설과 실습을 따로 떼어 놓지 않는다. 읽으면서 발견한 장치를 곧바로 다른 상황에 적용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왜 실패했는지 다시 원작의 구조와 대조한다. 그래서 작품 감상과 창작 연습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며, 독자는 자신의 문장을 고치는 근거를 점점 더 구체적으로 갖게 된다.
한 번의 수정으로 문장이 좋아졌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수정 전후를 비교해 정보가 더 빨리 드러났는지, 화자의 거리가 달라졌는지, 장면의 압력이 커졌는지 살피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을 함께 기록한다. 이 과정은 원작의 효과를 자기 글의 판단 기준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