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열고 AI에게 묻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지금 사도 될까. AI는 꽤 그럴듯하게 답합니다. 실적과 수요, 경쟁 구도, 밸류에이션, 위험 요인을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분할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문장까지 붙입니다.
문제는 답이 나쁘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답 하나가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회사 분석도 같은 AI가 합니다. 반론도 같은 AI가 만듭니다. 위험도 같은 AI가 평가하고 최종 판단도 같은 AI가 내립니다. 조금 전까지 왜 오를 수 있는지 설명하던 쪽이 몇 초 뒤에는 자기 논리를 공격하고, 또 몇 초 뒤에는 포트폴리오 비중까지 정합니다. 실제 투자회사라면 꽤 이상한 조직입니다.
이 책은 클로드에게 더 멋진 투자 답변을 쓰게 하는 대신 클로드에게 투자회사의 조직을 줍니다. 리서치 담당자는 사실과 아직 모르는 것을 나눕니다. 강세 분석가는 가장 강한 상승 가설을 만들고, 약세 분석가는 그 가설을 죽일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합니다. 리스크 담당자는 방향을 예측하지 않고 틀렸을 때 어디서 손실이 커지는지만 봅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충돌을 비중으로 해결합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실습은 다섯 자산으로 만든 모의 펀드 하나입니다. 실제 계좌나 실자금 주문을 연결하지 않고, 전망이 비중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같은 예제 위에서 끝까지 따라갑니다. 그 과정에서 스무 개의 운용 규칙이 하나씩 쌓입니다. 전망을 말하기 전에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기록한다. 모든 비중에는 한도를 둔다. 결과가 아니라 판단 과정을 복기한다. 숫자를 저장할 때는 출처와 시점과 단위도 함께 저장한다. 데이터 품질 경고는 투자 의견보다 우선한다. 확신이 낮으면 답을 더 세게 만들지 말고 비중 변화 폭을 줄인다.
역사 속 장면들이 각 장의 출발점입니다. 카지노에서 카드를 세던 에드워드 소프는 우위를 찾는 문제와 얼마를 걸지 정하는 문제가 애초에 별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포트폴리오 이론의 아버지 해리 마코위츠는 정작 자기 돈을 절반씩 나눴습니다. 퀀토피언이 분석한 888개 알고리즘에서는 백테스트 샤프지수가 표본 밖 성과를 거의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1998년 LTCM은 정교한 모델보다 그 모델을 크게 들고 있던 구조가 더 위험했음을 보여줬고, 2012년 나이트 캐피털은 배포 실수 하나로 45분 만에 4억 6000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서버 여덟 대 중 한 대에 새 코드가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크로노스와 skfolio, 노틸러스트레이더, MCP 같은 도구가 어디에 들어가는지 다룹니다. 다만 이 책의 결론은 도구 설치법이 아닙니다. 오픈소스는 버전이 바뀌고 유지보수가 멈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할 것은 저장소 주소 네 개가 아니라 예측 데스크와 포트폴리오 데스크, 리스크 게이트, 집행 엔진, PM 작업공간이라는 자리와 그 사이에서 주고받는 계약입니다.
비개발자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코드를 처음부터 짜지 않아도 되고, 수식을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데이터의 단위와 기간과 분모를 묻는 습관, 주장마다 사실과 계산과 해석과 가정과 미확인을 구분하는 습관을 만듭니다. 실제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거래량 단위가 소스마다 달라 숫자가 정확히 100배 어긋난 사건도 다룹니다. 에러는 나지 않았고 AI는 그 숫자를 아주 자연스럽게 해석했습니다.
이 책이 약속하지 않는 것도 분명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