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손가락 짐승 The Beast with Five Fingers」은 윌리엄 프라이어 하비의 대표작이란 평을 받는다. 하비의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인데, 1946년 로버트 플로리Robert Florey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의 원작으로도 유명세를 얻었다.
신체에서 분리된 손은 이 단편이 나온 1919년에도 드문 소재가 아니었다. 독립된 손의 이미지는 고딕 소설의 효시 격인 호레이스 월폴의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월폴의 ‘갑옷을 입은 흉측한 손’은 물론 어둠 속에서 위협적으로 뻗어 나오는 손은 고딕의 흔한 상징 중 하나다. 모파상, 조셉 셰리든 르파뉴, W.W. 제이콥스를 비롯한 걸출한 작가들이 선보인 ‘작지만 강렬한 손’의 전통은 하비에게 효과적으로 이식되는데, 그 결과물이 「다섯 손가락 짐승」이다.
삼촌의 유언에 따라 유스터스 볼솔버에게 전해진 유품, 신체에서 이탈된 오른손이다. 이 손이 온 집안을 들쑤시면서 공포를 일으킨다. 유스터스가 집을 벗어나 피해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손의 영악함이 보통이 아니다. 이 복수심 가득한 손이 하비 자신의 경험에서 나왔다는 일설도 있다. 군의관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하비는 1918년 침몰 위기에 처한 구축함에서 한 하사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한다. 수술 직후 하비 자신도 의식을 잃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이 공훈을 인정받아 앨버트 메달을 수여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19년 「다섯 손가락 짐승」이 나왔으니, 그 절단 수술과의 관련성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__미스터고딕 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