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허황된 상상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아주 현실적인 불안에서 시작됐다.
2026년, 뉴스를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이 AI 반도체 수출을 막고, 중국이 자체 칩을 만들고, 그 사이에 낀 한국 기업들의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강대국들이 벌이는 패권 경쟁에 따라 가격이 바뀌고, 방향이 바뀌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효율이 모든 것을 이기는 세상이라면, 효율적이지 않은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질문 하나가, 이 소설을 쓰게 했다.
요즘은 어디서든 생성형 AI가 만든 것들을 마주친다. 이미지, 영상, 음악, 글. 그런데도 나 같은 중년층에게는 여전히 낯설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나도 저걸 젊은이들처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동영상을 찾아보며 무작정 따라 해봤다. 서툴렀고, 자주 틀렸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이건 인간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곁에 서는 도구라는 것을. 다만 그 경계가 언젠가는 흐려질지도 모른다는 예감도 함께 왔다.
여러 AI를 써봤다. 저마다 성격이 달랐다.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럴듯한 답 속에 틀린 정보가 섞여 있었고, 결국은 사람이 다시 들여다봐야 했다. 이 책의 일러스트와 일부 문장에도 AI의 도움을 받았다. 그 손끝의 한계를 나는 매번 느꼈다. 도구는 도구였다. 다만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그 도구가 어느 순간,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새만금 N-City도, 청와대 지하벙커도 나는 가본 적 없다. 전부 지어낸 곳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떠올리게 한 마음은 지어낸 게 아니었다.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는 결국 쓸모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
이 소설의 코스모스는 모든 걸 최적화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코스모스가 무너지는 이유는, 아주 작은 것 하나였다.
이 책을 읽고 AI가 세상을 어떻게 망칠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많다. 대신 책을 덮고 나서, 딱 하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