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눈이 오면 새벽에 나와 길을 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관리비에 그런 항목도 없었다. 십오 년을 그러다 작년에 그만두셨는데 나는 인사를 못 했다.
그분이 눈에 들어온 것은 『미들마치』를 읽고 나서다.
이 소설에는 크게 성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세상을 바꾸겠다던 스물한 살은 사마귀 난 학자와 결혼하고, 새로운 의학을 하겠다던 의사는 가구값에 걸려 넘어진다. 이십 년을 조심하며 산 은행가는 옛 지인 한 사람이 나타나 다 잃는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 기운이 난다.
왜 그런지 알아보고 싶어서 오십 편을 썼다. 원작을 요약하지는 않았다. 어떤 대목이 왜 나를 붙들었는지, 그것이 지금 내 자리와 무슨 상관인지를 적었을 뿐이다.
읽는 순서는 상관없다. 아무 데나 펴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