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이성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자기 안의 꽃을 피우는 사람들
사십여 년 동안 미국에서 학문과 사유의 길을 걸어온 인문학자 백도현은 오랜 타국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다. 세상의 소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오래된 공간과 사물의 본래 모습을 기록하는 도현. 한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엄격한 원칙과 책임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법률가 윤서경이 있다.
서로 다른 궤도를 걸어온 두 사람은 모교의 교정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서울의 옛 골목과 고궁, 성북동과 정동길, 겨울의 자작나무 숲을 함께 거닐며 두 사람은 상대를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들의 만남은 청춘의 격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고독과 독립된 삶을 존중하는 완숙한 영혼의 연대로 깊어진다.
낙타의 소설 『이성의 계절』은 이성과 감정, 원칙과 배려, 고독과 연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작품을 관통하는 철학적 명제 ‘자율개화自律開花, Selbstblüte’는 외부의 평가나 세상의 기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밝혀낸 내면의 질서와 존엄으로 자신의 꽃을 피워내는 삶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