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네스코 유산 | UNESCO Heritage of Japan』은 일본에 존재하는 UNESCO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한영 병기 문화교양서이다. 세계유산 27건, 인류무형문화유산 23건,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일본 관련 9건 등 총 59개 토픽을 통해 일본 열도에서 형성되어 온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공동체의 삶과 기억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유산’은 오래된 사찰이나 성곽, 아름다운 자연경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홋카이도와 북동북의 조몬 선사 유적에서 고대 국가와 수도의 형성, 나라와 교토의 불교문화, 신사와 성스러운 산, 류큐 왕국의 독자적인 역사, 잠복 기리시탄 공동체의 종교적 경험, 시라카와고와 고카야마의 산촌생활, 은광과 금광·제사산업과 근대 중공업, 히로시마 원폭 돔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역사적 공간을 폭넓게 다룬다. 또한 야쿠시마·시라카미 산지·시레토코·오가사와라 제도·아마미와 오키나와 일대의 자연유산을 통해 섬과 산림, 해양생태계가 인간의 삶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 왔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제2부 인류무형문화유산에서는 건축물이나 유적처럼 고정된 형태로 남는 유산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기술, 기억과 공동체의 실천을 통해 이어지는 ‘살아 있는 유산’을 만난다. 노가쿠·분라쿠·가부키·가가쿠·구미오도리 같은 전통공연예술에서 시작하여 하야치네 가구라, 다이니치도 부가쿠, 농경의례, 가면과 의상을 쓴 신들의 방문의례, 여러 지역의 수레축제와 공동체 춤을 살펴본다. 이어 오지야치지미와 에치고조후, 유키쓰무기, 와시 제작기술, 일본 목조건축 보존기술, 와쇼쿠, 누룩을 이용한 사케 양조의 전통지식까지 다루며, 문화유산이 어떻게 일상의 노동과 기술, 음식과 축제, 세대 간 전승 속에서 지속되는지를 보여 준다.
제3부 세계기록유산에서는 시선을 다시 문서와 문자, 개인의 기억으로 옮긴다. 후지와라노 미치나가의 친필일기인 미도칸파쿠키, 도지 사찰의 백합문서, 엔친 승려 기록, 조조지의 불교 경전에서부터 게이초 시대 유럽사절 관련 자료와 조선통신사 기록, 고즈케의 고대 비석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동아시아의 정치·종교·문화교류를 증언하는 기록을 살펴본다. 또한 야마모토 사쿠베이 컬렉션과 마이즈루항 귀환 기록을 통해 근대 산업노동과 전쟁 이후의 억류·귀환 같은 개인과 사회의 경험이 어떻게 기록으로 남아 후대의 역사적 기억이 되었는지도 조명한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일본의 역사를 하나의 고정되고 단일한 문화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몬의 선사문화와 고대 야마토 국가, 불교와 신토, 류큐 왕국, 아이누 공동체, 농어촌과 섬 지역의 생활문화, 근대 산업화와 전쟁의 경험은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 공동체의 역사이다. 이 책은 이러한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유산이 한반도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나아가 더 넓은 세계와의 교류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함께 보여 준다.
또한 각 유산을 단순한 관광명소나 등재목록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고 사용했는지, 그 배후에 어떤 정치·종교·경제·사회적 변화가 있었는지, 자연환경과 인간생활이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그것이 어떻게 보호되고 전승되고 있는지를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설명한다.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