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검은길
저는 궁금한 것을 따라가며 책을 씁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사람은 왜 같은 행동을 반복할까, 좋은 사람인데 왜 불편할까, 우리는 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좋은 말이라고 해서 정말 모두에게 좋은 말일까. 대개 일상에서 문득 생겨난 작은 의문 하나가 출발점이 됩니다.
질문이 생기면 관련된 책과 연구를 찾아보고, 심리학과 철학을 들여다봅니다. 필요한 경우 역사와 과학, 사회와 문화의 사례까지 범위를 넓힙니다. 하나의 주장만 확인하기보다 서로 다른 설명을 비교하고,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으며 어디에서 한계가 생기는지도 살펴보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도 하고, 한 분야의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기록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책의 형식도 미리 정해 두지 않습니다. 어떤 질문은 에세이로 쓰는 것이 좋고, 어떤 이야기는 소설이나 편지로 풀어내는 편이 낫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대화를 극본처럼 구성하고, 역사적 사례를 모으거나 서로 다른 관점을 토론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도 뚜렷한 경계는 없습니다. 감정과 관계, 노동과 삶, 행복과 외로움, 인간의 존엄성과 욕망, 행동과 선택, 철학과 역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까지 궁금증이 생기는 곳을 따라갑니다.
저는 답을 많이 가진 사람이기보다 질문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하나의 질문을 발견하고, 자료를 찾고, 여러 관점을 비교하고, 생각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남깁니다.
그렇게 한 권씩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