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줄은 평양이 쥐고 있는 게 아닙니다."
새벽 다섯 시, 거울 앞에 선 여자는 붉은 립스틱을 한 번 더 발랐다. 회의장의 조명 아래에서도, 카메라의 플래시 속에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의 눈앞에서도 결코 바래지 않을 만큼. 물러설 곳이 없는 협상 테이블에서 그녀의 유일한 갑옷이었던 그 색을, 스무 해째 한 번도 지운 적이 없었으므로. 스물세 살에 철옹성 같은 흑색의 질서 속으로 처음 걸어 들어간 날부터 스무 해의 세월. 그 한가운데를 버텨 온 그녀에게, 마침내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공동 학술회의라는 이름의 새로운 전쟁이 닥친다. 15년 숙적 리성철이 인천공항 트랩에서 내밀던 미소, 만찬의 건배사 셋째 단어에 숨긴 의제, 한 줄짜리 독소 조항, 정오의 폐회식 위 단상에 홀로 놓인 접힌 종이 한 장. 흔들림 없는 한 문장이 판을 뒤집는 그 사흘.
『붉은 립스틱, 그 판을 뒤집다』는 대북 협상 최전선에서 스무 해를 버텨 온 한여울 작가가, 그날의 치열한 진실을 문학의 언어로 다시 피워낸 소설이다. 화면 너머로 읽어온 남북 이야기의 이면을, 그 자리의 공기째 만져 보고 싶은 독자에게 건네는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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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언어보다 사람의 눈빛이 더 진짜였던 자리의 공기를 맛보고 싶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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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여성 주인공이 단상 위에서 판을 깨는 서사를 기다려 온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