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소개하며
이 책은 대왕암공원의 새들이 여행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숲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자연을 이야기해 왔다. 숲을 걷다 보면 사람들의 눈길은 나무와 꽃에만 머물지 않았다. 나뭇가지에서 들려오는 작은 울음소리, 숲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날갯짓, 바닷가 바위에 잠시 내려앉은 새 한 마리가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대왕암공원에서 새를 관찰하면서 나는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의 새들이 대왕암을 찾아온 여행자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떨까.’
그 생각에서 『대왕암의 새가 울산 여행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시작되었다.
대왕암은 소나무숲과 바다, 바위와 해안이 이어지는 곳이다.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여행지이지만 새들에게는 먹이를 찾고, 쉬고, 번식하고, 때로는 긴 이동을 이어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삶의 공간이다.
이 책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왕암을 이용하는 네 새가 등장한다.
대왕암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검은이마직박구리, 먼 길을 날아 따뜻한 계절에 찾아오는 뻐꾸기, 겨울을 보내기 위해 찾아오는 떼까마귀, 긴 이동길에 대왕암의 해안에 잠시 머무는 검은머리물떼새이다.
새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어디에서 먹이를 찾는지, 어떻게 번식하는지, 왜 이곳을 찾아오고 다시 떠나는지를 여행자에게 들려준다. 특히 검은머리물떼새의 이야기는 짧은 머무름일지라도 대왕암의 해안이 이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새의 이름을 많이 외우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대왕암을 걷다가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리면 잠시 걸음을 늦추고, 나뭇가지 사이에서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면 조금 떨어져 바라보기를 바란다. 바닷가에서도 아름다운 바위와 파도뿐 아니라 그곳에서 먹이를 찾고 쉬어 가는 작은 생명에게 눈길을 건네기를 바란다.
새 한 마리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새가 살아가는 나무가 보이고, 숲이 보이고, 바다와 해안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여행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다.
여행자가 책장을 덮어도 대왕암에서 새들의 하루는 계속된다. 계절이 바뀌면 어떤 새는 떠나고 또 다른 새가 찾아온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새들은 먹이를 찾고, 쉬고, 번식하고, 다시 먼 길을 날아간다.
이 책을 들고 대왕암공원을 걷는 어느 날, 나뭇가지 사이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와 바다 위를 지나가는 한 마리의 새가 이전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면 좋겠다.
편지는 끝나지만 새의 여행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여행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태여행도 그곳에서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