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이집트
이집트는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역사를 간직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에 서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거대한 신전과 오벨리스크, 왕가의 계곡에 숨겨진 파라오의 무덤, 미라와 황금가면, 그리고 아직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상형문자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집트의 진정한 신비는 거대한 유적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피라미드를 만들었으며 왜 그렇게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는지, 신전의 벽에는 왜 파라오가 반복해서 등장하는지, 수많은 신과 동물의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바라보면 돌로만 보이던 유적에서 사람과 역사의 이야기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집트의 역사는 약 5천 년에 걸쳐 이어진다. 나르메르가 상이집트와 하이집트를 통합한 초기왕조 시대에서 시작하여 피라미드가 세워진 고왕국, 제국으로 성장한 신왕국, 페르시아와 그리스·로마의 지배, 이슬람 왕조와 오스만 시대를 거쳐 근현대 이집트까지 수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쿠푸와 하트셉수트, 투트모세 3세, 아케나텐과 네페르티티, 투탕카멘, 람세스 2세와 클레오파트라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도 이 긴 역사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이집트를 여행하려는 사람에게 역사는 선택적인 지식이 아니라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안내서와 같다. 기자의 피라미드를 보고 단순히 “정말 크다”고 감탄하는 것과 쿠푸가 어떤 시대의 왕이었고 왜 이런 거대한 건축물이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왕가의 계곡에서도 투탕카멘의 이름만 알고 보는 것과 신왕국의 파라오들이 왜 피라미드를 떠나 깊은 계곡에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는지를 알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 아부심벨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과 상형문자를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바라보면 비슷한 그림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문과 라가 누구인지, 파라오가 왜 적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람세스 2세가 왜 자신의 모습을 거대한 석상으로 남겼는지를 알고 나면 신전의 벽은 하나의 역사책이 된다.
그래서 이집트는 특히 ‘아는 만큼 보이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배경을 하나 더 알면 유적 하나가 새롭게 보이고, 파라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알면 신전의 그림 하나가 달리 보인다. 여행 전에 알고 간 지식이 현장에서 실제 유적과 만나는 순간, 책에서 읽었던 역사는 더 이상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으로 쓰였다. 이집트 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왕조와 파라오, 중요한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어려운 용어나 신들의 이름, 건축과 종교에 관한 개념도 가능한 한 쉽게 풀어내고자 했다. 또한 전설과 역사적 사실을 구분하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은 하나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이집트를 여행한다면 피라미드는 더 이상 거대한 돌무더기가 아니며, 미라는 단순히 신기한 유물이 아니고, 신전의 벽화와 상형문자도 낯선 그림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왕과 왕비, 사제와 서기관, 장인과 백성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집트의 신비는 모르는 데서만 생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