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혼란스러운 20세기 초반 스페인 사회의 비극성을 정확하게 그려낸 희곡 작가 라몬 델 바예-인클란의 희곡선집. 〈보헤미아의 빛〉, 〈성스러운 말씀〉, 〈은빛 얼굴〉 등 3편의 작품은 왕정과 공화정이 거듭해서 바뀌던 시기의 스페인 사회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들여다보며 이를 극한적으로 뒤틀어 일그러진 현실에서 진실을 발견하고자 한다.
세 편의 희곡에는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야만스럽고 기괴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때 스페인 최고의 시인이었던 눈 먼 사내,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고 추한 외모를 지닌 불구자와 그를 구경거리고 만들어 돈을 벌려는 파렴치한 족속들, 부패한 경찰, 거리의 창녀와 건달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무능하고 타락한 사회로 인해 커다란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간다.
각 작품들은 여러 사회 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기주의, 부도덕, 경망스러움, 공허한 말장난 등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를 통해 거대한 스페인 사회 전체가 처해 있는 모순과 혼란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작가는 주인공들의 감정에 충실하고 각 장면의 시각적 이미지와 조형성을 중시하며, 화려하고 문학적이며 역동적인 지문을 사용해 희곡의 형식에서도 혁신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font color="ff69b4"〉☞〈/font〉 에스페르펜토(esperpento) : 20세기 초 스페인의 대표적인 극작가인 라몬 델 바예-인클란이 창출한 독특한 미학. 못 생긴 것, 우스꽝스럽게 생긴 것, 기괴하거나 괴물 같은 것을 통하여 새로운 예술을 창출하려는 일종의 그로테스크적 사실주의를 말한다. 작가는 이 새로운 방식의 미학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당시 스페인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성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