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차베스, 모랄레스 정권을 비롯한 좌파 정권이 중남미에 들어서면서 이 대륙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서구 자본은 돈을 떼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좌파 세력은 신자유주의의 전일적인 지배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로서 의미를 두면서, 대륙의 정치적 이동에 눈을 떼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베네수엘라 차베스가 빈민을 비롯한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미국과도 맞서며 사회주의적 정책을 펼쳐 나가는 과정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차베스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지 논쟁도 있었고, 브라질 룰라 정권 평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 수준에서 중남미는 관심권 밖이다. 그러나 사실 중남미 여러 국가들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는 우리 경험과 흡사한 것들이 많다. 1970년대에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저질러진 자국민 학살과 1980년대 광주항쟁만 해도 닮았지 않은가. 학살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는 점도 그렇다. 아르헨티나에 엘올림포 수용소(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이 테러리스트들을 학살하려고 세운 300개 수용소 중 가장 악명 높았던 곳)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대공분실이 있었고, 마요 광장 할머니들처럼 민가협 어머니들이 있었다. 어느 나라 정권이 더 잔인하고 폭압적이었는지 비교할 수 있을 뿐 군부정권하에서 민중들 삶은 어디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포 속에서 배를 곯고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어갔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민중들은 끊임없이 싸워 왔다.
우리의 자화상, 중남미 기행
이 책은 중남미 현대사를 보여주는 기행문이다. 하여 저자는 주요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고 사건 관련자나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별도로 열어 둔 인터뷰 장이 현장감을 더한다. 이러한 생생한 현장 취재로 저자가 진정 보여주려던 건 역사를 바꾸는 근원적인 힘이 민중에 있다는 것이다.
혁명 후, 삶은 달라졌는가
더 나아가 저자는 정권을 바꾸고 혁명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추천사를 빌리면, 정권이 교체되든 혁명이 일어나든 그것의 궁극적 목표는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건 군부정권이 물러나고 혁명이 이루어진 뒤에도 중남미 민중들 삶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3대에 걸쳐 온 나라를 거덜 낸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혁명. 그 후 니카라과는 어떻게 변했는가. 네마곤(바나나에 사는 해충을 막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