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에 대한 진지하고도 애정 어린 고찰
화병은 흔히 나이 든 주부들이 걸리는 질환쯤으로 인식돼왔다. 여성들이 힘들게 살아오면서 참고 참은 결과 나이 들어 으레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볍게 치부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너무나 주위에 흔한 질환이라 사실 화병은 질환이라는 인식조차 제대로 없었다. 그러나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화병을 우리나라의 문화 특유 증후군으로 등재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질환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우리나라에 그만큼 화병 환자가 많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우리 민족과 연관이 많은 질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주부 화병 환자뿐 아니라 남성 직장인, 학생들까지 화병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은 도대체 화병이란 무엇이고, 과연 우리나라에만 있는 질환인지 그렇다면 여성이 특히 화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치료와 예방법은 어떤지 알아보고 있다. 아울러 화병과 비슷한 질환으로는 무엇이 있으며 주요증상은 어떤지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화병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서이며, 화를 없애는 체조에서 침 요법, 부황 요법, 기공 요법과 분노가 일 때 대처하는 행동방법까지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주부 화병을 여성문제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도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즉, 가정주부가 슈퍼우먼이 되기 바라는 무언의 사회적 요구가 주부 화병 환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부의 일은 파출부, 보모, 유아교육자, 재테크 전문가, 경조사 관리자 등 1인 10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하나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로 인식되고 사소한 일로 치부되고 있어 주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주부 화병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동서신의학병원 화병 클리닉 담당의로서 저자가 그동안 화병 클리닉을 찾아온 사람들의 사례를 원인별로 분류한 1장의 ‘화병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다양한 화병 환자들이 있는지, 또 이들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생소한 한방 신경정신과의 화병 클리닉을 통해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의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