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가치’ 탐구
“가치는 사회의 토대를 형성하지 않으며 행동지침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확실한 정체성을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판단의 척도’도 아니고 ‘최고의 행동 규범’도 아니다.”
“가치는 이미 오래 전 그 의미를 상실했고, 순진하고 정직한 사람들만이 가치라는 속임수에 넘어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수많은 가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성장한다. 인간으로서 세상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사랑, 평화, 평등, 박애, 휴머니즘, 성실, 존경, 관용 등등.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히 이러한 가치들을 존중해왔고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과연 이 가치들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혹 이 가치라는 게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우리를 속이지는 않았을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인류가 오랫동안 지켜온 숭고한 가치들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가치의 존재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건전한 구축에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가치는 사회 안에서 개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동의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제일 먼저 저자는 이 ‘사회’ 개념의 추상성을 고발한다. 사회는 단지 개인 각자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상상체일 뿐이며, 따라서 특정한 가치들이 사회를 이끌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거짓이다. 가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질서 확립의 기능보다는, 개인의 ‘정체성’과 ‘소통’의 기능에 더 비중이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가치는 타인과 소통함에 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는 수식어 즉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매개체일 뿐이다.
그러나 나의 정체성을 장식하는 ‘가치’ 역시 실천 가능한 어떤 기준이 되지 못한다. 가치는 사회 형성의 토대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을 촉발하는 일관된 기초가 되지도 못한다. 입으로는 선량한 가치들에 대해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그와 완전히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게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따라서 가치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정해주는 무엇도 아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가치는 모순된 형태로 나타나지만 사회 각 영역, 정치, 사회, 종교 간에도 서로 화합할 수 없는 가치들의 충돌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관용이라는 가치는 범죄자에게 마땅한 형벌을 가하는 법체계 안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자유라는 지고의 가치 역시 순정을 요구하는 사랑 관계에서는 모순을 일으킨다.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는 기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