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서른한 살의 나이로 전혜린은 요절했다. 천재의 요절은 언제나 신화처럼 장식적인 요소를 띠고 세대와 세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아에 대한 열렬한 몰두, 절정의 순간에 대한 탐닉, 정체 모를 불안과 절망이란 요소를 자신의 영혼과 육체에 새겨 두었던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전혜린이었다. 그가 남긴 두 권의 저서는 여전히 불꽃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영혼을 슬쩍슬쩍 건드리며 살아숨쉬고 있다.
-《그 여자 전혜린》 작가의 말 중에서
지난 한 세기를 살아온 한국 여성들 가운데 전혜린만큼 많은 수식어를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전설이다. 가난하고 혼란스럽던 시대, 짧지만 화려하게 생을 불태우고 떠난 천재 전혜린. 그는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먼 이국땅에서 인식과 실존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바탕으로 치열한 청춘을 살았다. 한국 여성 최초의 독일유학생으로 ‘1세기에 한번쯤 나올 만한 천재’로 불렸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하나의 혁명이 되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남으로써 신화로 남았다.
전혜린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나 앞선 시대를 살다 갔지만 현재의 우리들과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앞선 의식과 감성을 가졌다. 사람들은 전혜린을 마주하면서 빛나는 지성과 예지, 인식에 대한 끝없는 욕구에 한 번 놀란다. 이룬 업적들에 비해 짧고 비극적이었던 생애에 두 번 놀라고, 그가 활동하던 때가 전근대적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1960년대였다는 사실에 세 번 놀란다.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생애와 남겨진 글들은 여전히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이제 시간의 흐름도 빗겨간 자리에 화석처럼 단단하게 굳어 버렸다. 《그 여자 전혜린》의 작가 정도상은 이미 신화가 된 그 이름을 다시 호명해 지금, 여기로 소환해 낸다. 이제 독자들은 순수하고 완전한 생을 꿈꾸었지만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스러진 한 여성을 만나면서 저 깊은 곳에서 침잠했던 자신의 열정을 되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요절한 천재의 마지막 열망을 안은 작가 정도상의 오마주
이제 전혜린의 치열하고 내밀한 기록이 소설로 새롭게 태어난다. 최근 장편소설 《낙타》로 호평을 받은 정도상 작가의 소설 《그 여자 전혜린》은 1993년에 나온 초판을 수정 증보하여 한층 더 물기어린 감성을 입고 돌아왔다.
《그 여자 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