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아포리즘, 새로운 시도
동양권에서 세계 문단의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겐 《아Q정전阿Q正傳》으로 유명한 중국의 루쉰은 그 많지 않은 작가 중의 한 명으로, 뛰어난 문학가이자, 위대한 사상가, 현대목판운동의 선구자로서도 높은 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가 서거한 지 70여 년이 지나도록 루쉰의 진면목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는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출간된 저서들을 살펴보면 루쉰의 생애와 사상을 심도 있게 다룬 평전을 비롯하여 루쉰의 선집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읽어내기에는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녹록치 않은 문장으로 인하여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이번에 이욱연 교수(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가 정성스레 모아 엮어낸 아포리즘 ≪희망은 길이다≫는 루쉰이라는 위대한 사상가와 대중과의 만남을 꾀하려는 시도이다. 루쉰 평론을 비롯한 선집들이 전공자나 연구자를 위한 학술서라면, ≪희망은 길이다≫는 루쉰과 대중들의 만남을 보다 친숙하게 이끌어내 독자들에게 루쉰을 알리려는 것이다. 수많은 산문 중에 골라 엮어낸 이 작품집은 단순히 루쉰의 산문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편역자가 시공을 뛰어넘어 루쉰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끝에 이루어졌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사소한 일상을 살아내는 한 생활인으로서, 또한 암흑의 중국 근대사를 보낸 국민으로서 살아간 루쉰의 고뇌와 흔적은 외침이 되기도 하고, 유머가 되기도 하고, 날카롭게 번득이는 독설은 투창과 비수가 되어 우리에게 날아온다.
이철수 판화와 루쉰 아포리즘의 만남
편역자 이욱연 교수가 20여 년 동안 루쉰을 읽어 오면서 메모해두었던 것들을 중심으로 하여 감명 깊었던 구절과 명구들을 모은 ≪희망은 길이다≫는 루쉰의 산문과 사상의 요체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것은 추상적 이론이나 사상을 담은 다른 책들과 달리, 루쉰 스스로가 극심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세대간·계층간 갈등을 겪는 중국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하여야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사고한 뒤 나온 글들이다.
‘불평하되 비관해서는 안 되며, 늘 싸우되 또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라고 했던 것같이 루쉰에게 있어 희망은 좌절감 위에서 다져진 자기 확인과 같은 것이었다. 루쉰이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말하고자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