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홍콩과 중국 그리고 태국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 3주 동안 나는 풍부한 아시아 문화에 푹 젖어 있었다. 그곳의 정신수양과 아름다운 풍경, 이국적인 소리와 향기, 음식 맛에 넋을 잃었던 것이다.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한 동안 동양의 향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귀국 직후, 동료 교수의 사무실에 갔다가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띠였다. 반쯤 가려진 책제목이 ‘중국’ 뭐라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도 동양의 분위기에서 미처 헤어 나오지 못한 나는 책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와, 교수님도 중국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군요!”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전 중국에 간 적도 없고, 갈 생각도 해 본 적 없는데요?”
책을 꺼내본 나는 기가 막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책제목이 ‘중등교과 교수법’이었던 것이다.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던 아시아의 광경 때문에 나는 무턱대고 그녀가 아시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믿어버린 것이었다. 사실 아시아에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왜곡된 생각을 했던 이유는 얼마 전 내가 동양에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평소 친하게 지냈던 교수를 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 작은 사건을 통해 나는 우리가 무수히,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신에게도 과거의 경험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이 있을 것이다. 그 고정관념은 현재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중요한 어른들이 보여준 행동, 태도, 감정 및 과거에 들은 말로서 형성된 사고방식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서서히 자라고 완성된다.
케임브리지 대학 학자들은 새끼고양이를 대상으로,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경험에 어떻게 틀에 맞추는지 실험했다. 학자들은 새끼고양이에게 태어날 때부터 수평선만 보여주었다. 어려서 수직선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고양이들은 다 자란 뒤에도 수평선만 인식할 뿐, 수직선은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탁자 위로는 곧잘 뛰어올라가면서도, 탁자 다리에는 수시로 부딪히곤 했다. 이 고양이들의 머릿속엔 수직선이 들어있지 않았다. 어렸을 때 수직선을 한 번도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이 실험의 요지는, 과거의 경험이 제한되어 있으면, 현재의 경험 역시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실험 얘기를 듣고 수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생각에 정신을 집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선명하게 바라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