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면 뭔가 이룰 줄 알았다. 그런데…
“빨리 나이 마흔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혹이 되면 연기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의 말이다. 비단 그뿐만이 아닌 많은 남자들이 마흔의 나이에 부여하고 있는 이미지는 바로 ‘성취’가 아닐까?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어낸 후 취미생활도 즐기고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부모, 형제에게도 신경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 하지만 십여 년을 가족과 회사밖에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오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마흔 앞에서 그들은 말한다. “아, 나도 마흔이 되면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의 심리학》은 평범한 샐러리맨과 정신과 전문의가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책이다. 이들이 나눈 열두 가지 대화 속에는 저자의 경험담과 고민 그리고 전문의 가운을 벗은 인생선배의 따뜻한 조언이 담겨 있다. 또한 각 장의 뒤에는 실질적인 카운슬링 내용이 제시된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마흔을 담백하고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만난 갓길, 마흔
사십 대 남성들은 마음을 드러내는 데 익숙지 못하다. 가족들에게만큼은 강하고 능력 있는 가장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리고 자신이 보호해야 할 가족들이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마음을 숨긴다. 이 책의 저자도 심각한 마흔앓이를 경험했다. 삶의 알맹이를 찾지 못해 허전함과 덧없음 그리고 소외감을 느끼던 마흔의 어느 날, 그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아무도 모르게 펑펑 눈물을 쏟는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차는 어느덧 논산으로 이어지는 민자고속도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통행 차량이 급격히 뜸해졌다. 나는 외려 속도를 줄였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유지하며 느슨하게 핸들을 잡았다. 그때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어느 육십 대 노부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곱고 희던 두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갑자기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이어 울컥하면서 뭔가 뜨거운 것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왔다. 동시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꺽꺽 소리와 함께 속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