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조선의 인물을 프로파일링하다!
열한 살에 아버지 사도세자를 잃고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성장한 정조는 어떻게 온갖 억압을 극복하고 백성을 위한 개혁정치를 줄기차게 밀어붙였을까? 좀처럼 보기 드문 훌륭한 어머니 신사임당에게서 최고의 양육을 받고 자란 이이는 왜 국가 차원의 화목한 대가정을 건설하려 했을까? 놀라운 천재성을 타고난 허균은 왜 ‘은둔’과 ‘공명’ 사이에서 방황하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했을까? 폐비의 아들이면서도 세자가 되고 왕위에까지 오른 연산군은 왜 세상에 대한 불신감과 거대한 분노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희대의 폭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을까?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는 역사적 사실을 한 축으로, 칼 G. 융의 심리적 유형이론에 기초한 성격이론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조선의 인물들을 살펴본 책이다. 어느 누구보다 굴곡 많은 삶을 살다 간 정조, 이이, 허균, 연산군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성격과 인생, 그로 인한 역사적 파장을 깊이 있게 고찰해볼 수 있다.
사람의 성격특성을 결정짓는 부모관계
역사학자가 사료를 체계화하고 해석해 역사의 흐름을 밝혀낸다면, 심리학자는 인류 역사 속에 명멸한 여러 인물에 대한 기록들과 일화들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그들의 인생을 추적한다.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이론서와 심리학교양서를 집필해온 심리학자 김태형은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하여 조선의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사람의 인생 곡선은 생의 초기인 유년기에 거의 결정되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질과 능력, 심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의 부모관계에서부터 형성·발전된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손에 아버지 사도세자를 잃고 그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극복하지 못해 평생 그 한을 가슴속에 품고 살았으며, 이이는 비범한 어머니 신사임당에게서 건강한 심리를 물려받았으나 착하지만 무능력하고 비겁한 아버지 이원수에게서 상처 받아 오랫동안 사회불안에 시달렸다. 허균의 아버지 허엽은 다른 가족이 가엾게 여길 정도로 막내인 허균을 엄격하게 대하여 그는 둘째 형 허봉을 아버지처럼 대하며 자랐고 어머니 또한 그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은 대비들과 훈구파 대신들에 둘러싸여 ‘허수아비 왕’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결국 폐비 윤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연산군은 생애 초기 어머니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