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진정 서로 다른 종으로 나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인류는 매우 비슷하지만, 또 너무나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종 개념은 여러 측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특히 현대의 종교라 할 수 있는 과학은 ‘인종은 없다’고 선언했다. 60억 인구 중 임의로 두 사람을 선택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DNA의 99.9퍼센트가 완전히 일치하고 단지 0.1퍼센트만이 서로 달랐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인종 개념이 널리 통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0.1퍼센트의 차이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분 짓는 것은 단지 이데올로기적인 결과일까? 저자는 인간을 종으로 구분하는 인종주의를 엄격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인간 집단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반인종주의의 한계를 한 발짝 넘어서고 있다. 즉 이데올로기적 입장과 상관없이 유전정보들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0.1퍼센트의 염기 서열이 다르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과학적 입장에 서서 알아내고자 한다.
0.1퍼센트의 DNA 차이에 관해 최신 유전학이 들려주는 진실
0.1퍼센트 차이를 염기 수로 바꿔 말하면 300만 개의 차이다. 이 차이가 외모는 물론, 어쩌면 건강과 행동의 차원에서까지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먼저 인간이 유전적으로 여러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DNA는 30억 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서로 차이가 나는 0.1퍼센트의 염기, 즉 300만 개의 염기를 SNP(단일염기다형성)라 한다. SNP는 각기 대립유전자 쌍을 가지는데, 이것을 우성이나 열성을 고려해 분류해보면 지리적 범주별로 묶인다. 유럽, 아프리카, 중국, 일본 출신 84명의 SNP에서 유전자 빈도를 분석했더니, 각기 유럽인과 아시아인 그리고 아프리카인 집단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었다(그림7b, 105쪽). 흔히 외관상 서로 다른 인종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유전적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저자는 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인종도 민족도 아닌 ‘조상’을 제안한다. 이 집단들은 SNP의 대립유전자 빈도에서 구분되기는 하지만 평균적인 유전적 변이성 면에서는 집단별로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인종’이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구분에 어떤 문화적 요인도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민족’이라고도 할 수 없다. ‘조상’이라는 용어는 유전의 측면을 살리면서도 부적절한 인종 개념을 지운다는 면에서 대안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저자는 인간 사이의 동일한 DNA가 99.9퍼센트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