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사람하고 사천 마력의 힘으로 사랑할까 봐.”
우리를 에워싼 수많은 유혹과 충동,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숨겨진 존재를 찾아 나선 한 남자의 지리멸렬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
다가올 듯 말 듯, 유혹과 충동의 미로 속을 탐닉하는 박금산 장편소설
의무, 억제, 윤리, 책임. 우리가 이러한 중압감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원초적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쫓아갈 수 있는가? 이 책은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향한 발걸음,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행위를 탐닉한다. 2011년 『아일랜드 식탁』으로 동인문학상 최종 심의에 오른 박금산 신작 장편소설 『존재인 척, 아닌 척』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존재인 척, 아닌 척』에는 단 하루만 충동적으로 떠나버리기로 한 주인공 병호의 고통스럽고도 우스꽝스러운 방황이 펼쳐진다. 작가는 “누군가는 이유를 가지고 떠나지만, 누군가는 이유가 없이도 떠난다”는, 모두가 품은 ‘충동’이라는 환상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이끈다. 하지만 충동 속에는 만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을 유혹하고 갈망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으나 결국 자신의 존재에 의심을 품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하룻밤의 바깥잠을 꿈꾸며 불현듯 기차에 오른 병호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다
외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병호는 문득 떠나고 싶어진다. 도시를 떠나려면 큰 다짐을 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묶어두었으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회사 동료, 가족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 몇 년 전, 자신에게 피디에이를 구매한 Y시 수협 구판장 여직원도 궁금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정부에게 외박한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흔쾌히 아이를 맡아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병호의 마음은 조금씩 바다를 향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무실은 십 분 거리에 있었다. 그곳으로 복귀하고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 앞에다 그는 ‘아마도’라는 말을 놓았다. ‘아마도 나는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자 반드시 해야만 했고, 더 중요한 다른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게 뭘까. 사무실에 가지 않는다면 뭘 해야 하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아, 정말, 짜증나는 일이었다. 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어 할까. 왜 앞으로 뭘 할까를 생각해야 하는 걸까. (16p)
병호는 자신의 차와 휴대전화를 버리고 기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막상 떠나온 일탈 여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