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창대한 지식의 나라였다
실학자들이 바라본 삼라만상의 세계와 당대의 개혁사상과 열정
경학의 시대를 넘어 실학의 시대로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들이 선택한 학문의 주제는 ‘경학經學’이었다. 성리학이라는 프리즘으로 고전을 거슬러 올라가 사서오경을 파고 또 팠다. 조금 더 박람강기博覽强記한다는 이들은 《사기》와 같은 중국 고대 역사서나 《노자》《장자》 등 제자백가류 서적을 가까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자들의 학문 세계는 경학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격인 《지봉유설》은 그렇게 협소하게 갇힌 지식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한 책이다. 단지 성현의 말씀뿐만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 세계 지리, 사회 풍속, 천주학, 서양 문물, 언어, 기담, 음식 문화 등 갖가지 주제들을 풍성하게 다뤘다. 당시로서는 방대한 340여 종의 책을 인용해 총 33개의 부部, 184개의 세부 항목, 3,405조목으로 이전까지의 지식 개념 안에서는 수용되지 않던 생생한 지식과 정보들을 ‘유설類說’이라는 나름의 독특한 형식으로 담았다. 유설이란 광범위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편찬자 자신의 ‘의견[說]’을 덧붙인 책을 말한다.
이 책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는 《지봉유설》을 위시해 《성호사설》과 〈앙엽기〉 등 다른 유설들에 실린 내용 가운데 현재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재만을 골라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책이다. 모두 다섯 부의 구성으로 1부에서는 음양론에 근거한 조선 자연과학의 정신과 지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담았다. 2부에서는 생생한 조선 사회의 풍경을, 3부에서는 한국사 이면의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4부에서는 서학의 충격을 비롯해 각종 학적 논쟁과 단어·속언의 유래 등이 실렸으며, 5부에서는 음식과 식재료의 유래, 음식 문화 등을 살펴봤다. 임진전쟁과 정묘전쟁의 소용돌이, 그리고 서서히 밀려오는 서학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일군의 실학자들이 생겨났다. 《지봉유설》을 씨줄로, 《성호사설》을 날줄로 삼아 그들이 바라본 삼라만상의 세계와 당대의 개혁사상과 열정을 살펴본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조선 사회의 풍경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비롯해 이익의 《성호사설》과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에는 당시 조선 사회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생생한 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는 사실을 중요시하는 실학의 학문 태도에서 비롯된 특징일 것이다.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