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여성 소설가, 오후의 빛깔을 모자이크하다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문인의 산실 ‘여성동아 문우회’ 작가들의 최신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오후의 빛깔》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박완서를 배출하기도 한 ‘여성동아 문우회’는 4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들의 모임으로 1~3년에 한 번씩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을 펴내고 있다.
이번에 예담에서 출간한 《오후의 빛깔》은 다양한 나이와 세대, 경험을 보여주는 소설가 16인이 각각 블루, 레드, 화이트 세 가지 컬러를 모티브로 쓴 새로운 작품을 모은 것이다. 작가들은 이 세 가지 색깔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여성적이고 감각적인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16편의 독특하면서 개성이 가득한 작품들은 조화롭게 모자이크를 이루어 나른하지만 날카롭고 고요하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오후의 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품 소개
눈뜨는 파랑 ― 날카롭고 우울하게
파란색을 주조로 한 다섯 편의 작품들은 경쾌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해의 〈공항철도 편의점〉은 각기 다른 형태의 고민과 인생의 짐을 가지고 있는 남녀가 새벽 첫 공항철도를 타러 떠나는 이야기다. 이경숙의 〈버스 안의 아이들〉은 미국의 한 학교 버스를 운전하는 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상처를 다루고 있다. 한수경의 〈팝콘〉은 쌍둥이를 키우는 어린 대학생 부부의 일상을 경쾌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근미의 〈푸른, 그 새벽〉은 아스라하게 옅어지는 새벽의 푸른빛 같은 짧은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장정옥의 〈섬〉은 한 여자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의지를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노래하는 빨강 ― 열정적으로 강하게
빨간색을 소재로 씌어진 다섯 편의 작품들은 가장 강렬한 색깔답게 형식이나 주제 면에서 독특하다. 조혜경의 〈불그죽죽 그대여〉는 한 시대를 통과해온 남자의 흔적이 강하게 각인된 경험을 다루고 있다. 권혜수의 〈메아 쿨파〉는 사랑과 현실의 제도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즘 세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조양희의 〈캠던 가의 재봉틀〉은 런던을 배경으로 입양된 한 여자의 비밀을 상상한다. 유춘강의 〈꽃이 붉다고 한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조선 시대 허균과 사랑을 나누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송은일의 〈안녕〉은 빨간 신을 매개로 한 미련 많은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여자의 심리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잠드는 하양 ― 서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