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어, 사라졌다구. 그놈이 다 가져가 버렸어!”
폭우가 쏟아지는 밤을 조심하라.
그를 만나면 당신의 지문도 사라질지 모른다.
뮤지션 이적이 쓴 열두 편의 판타스틱 픽션!
한국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적은, 1995년 데뷔한 이후부터 100여 곡에 달하는 노래를 통해 우리 대중음악에 새로운 상상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패닉, 카니발, 긱스, 그리고 솔로 음반에 담아 발표한 〈달팽이〉 〈왼손잡이〉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하늘을 달리다〉 등의 노래는 음악과 가사 양 측면에서 공히 대중음악의 예술적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거위의 꿈〉〈뿔〉 〈서쪽숲〉 등의 노래로 이미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이적의 홈페이지 〈夢想笛-leejuck.com〉에 간간이 공개되었던 판타스틱 픽션들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노래가 아닌 그의 ‘글’에 매혹된 또 하나의 매니아 층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번 책 〈지문사냥꾼〉으로 묶인 열두 편의 글들은 정확한 호흡으로 짜여진 유려한 문체와 자유자재로 방향을 트는 상상력,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맞물려 있어, 소설이면서도 또 소설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문학 장르에 도발적인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젊은이다운 파격과 도전으로 노래를 만들고 불러와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매니아 팬들을 열광시켜온 이적은, 〈지문사냥꾼〉을 통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사회학도답게 현대 사회의 메마름에 대한 비난과 소외된 약자들을 위한 따뜻한 시선을 그려낸다.
여덟 번째 이야기 지문사냥꾼
죽은 처녀의 몸 속에서 태어나 학대를 받다가 사람들의 지문을 강탈해 가는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L,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빈집만을 털고 다니는 긴 머리 소녀 J, 어린 시절 동네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목격했던 여선생 C, 그리고 집으로 사람들을 잡아들여 마루타 생체실험을 자행한 감찰관 사이의 얽히고설킨 악연!
네 번째 이야기 제불찰 씨 이야기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사람들의 귓속을 청소하는 ‘이구소제사’가 되어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제불찰 씨. 하지만 여전히 그를 진공청소기쯤으로 취급하는 고객들이 늘어날수록 그의 몸도 하루하루 줄어들어 마침내 귓속으로 쏙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인간이 된다. 과연 사람들의 귓속에서 그가 본 것은 무엇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