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을 뿐’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권리, 영감을 찾아 양쪽의 세계를 오가다
작은 흔들림(小搖), 떠들썩한 소동(騷擾), 산책(逍遙)… ‘소요’를 반복하며 여행하다
제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권리가 영감의 계보를 찾아 오간 세계를 한 권에 담아냈다.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다’라는 당돌하고도 역설적인 선언으로 시작되는 『암보스 문도스』(Ambos Mundos, 스페인어로 ‘양쪽의 세계’라는 뜻)가 바로 그것. 2002년에 시작된 이 여정은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부터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쿠바 등 라틴아메리카의 무수한 나라를 아우르며 2008년에야 일단락되었고, 총 세 장의 ‘소요’로 나뉘어 기록되었다. 영감의 계보를 찾는다는 확실한 목적의식 앞에 작가의 시선은 풍광을 넘어 사방에 머문다. 그녀로 하여금 길을 떠나게 했던 또 다른 작가와 작품, 길을 이뤄온 사람과 길에서 만난 사람, 오랜 길의 역사와 문화,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경험들……. 신랄하고 건조한 문투에 냉소적이면서도 명랑한 유머를 담아 세계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말하는 『암보스 문도스』의 문장들은 읽는 이들에게까지 알 수 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두어야 할지.
‘벼룩이 득실거리는 개보다 행복’한 권리의 ‘암보스 문도스 왕국’
느림과 빠름, 겉과 안, 멜랑콜리아와 알레그리아…… 이 두 세계의 조화 속에서 삶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의 발걸음은 유럽에서 남미로, 남미에서 북미로, 쉴 새 없이 오간다. 단 한 장의 사진도 없는 이 여행기 아닌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작가와 함께 히드로스피드의 물살에 휘말리다가 사막에서 버기카를 타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료하니 칼라니 마리아니 하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그 나라의 정치?경제는 물론이거니와 문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토론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여행기 곳곳,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반짝거리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녀의 단상과 마주할 때면 그저 잠시 숨을 돌리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지독한 우울증이라는 여독(旅毒)을 남겼을 만큼 작가를 사로잡았던 그녀만의 암보스 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