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목격자여, 다시 일어서라!
PD수첩 작가가 목격한 한국 사회의 추악한 이면과 실체!
야만의 권력에 볼펜 한 자루로 맞서다!
“괜찮다. 다시 찾으면 된다. 뭐 이런 일 한두 번 겪나.” 재홍 선배는 동료 PD들을 위로하며 짐짓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선배네 팀은 ‘아이템을 접는’ 순간이었다. 며칠 공들인 취재를 포기하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야 하는, ‘위기’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재홍 선배는 어깨가 축 쳐진 리서처들을 다독여 집으로 돌려보낸 후 홀로 책상을 정리했다. …… PD수첩만 (당시) 10년째 집필하고 있던 정재홍 작가를 두고 PD작가들 사이에선 사람이 아니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일본어로 ‘가미상(신神님)’ 혹은 ‘부처’라고 불리기도 했다. 매일 매 주가 전쟁 같은 PD수첩을 그리 긴 세월 했으니 그가 죽어 화장을 하면 부처님보다 사리가 많이 나올 거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도 했다.
‘가미상’ 재홍 선배가 이번엔 노트북을 켰다. 혼자서 이 밤에 새 아이템을 찾는 건가, 싶어 봤더니 가부좌를 튼 채 바둑을 두고 있다. 나는 선배한테 힘들어 죽겠다며 엄살이나 떨어보려던 마음을 접고 조용히 돌아섰다. 방송은 체력전이라며 담배를 끊고, 쉬는 날엔 등산을 가고, 행여 PD수첩에 누가 될까 은행대출조차 한 번 받지 않은 남자. 그의 유일한 오락이 ‘바둑’이었다. 선배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할지, 이 야심한 시간 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둑돌을 놓는 그 속은 얼마나 쓰릴지, 그저 짐작만 한 뿐이었다. 나는 끝내 두통약을 찾지 못한 빈손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 장은정(작가), 「그해 어느 밤, PD수첩의 풍경」, 중에서
나는 정재홍 작가와 만날 수 있어 행복한 PD였다. 작가가 든든하면 PD는 마음껏 욕심을 낼 수 있다. 기왕 던지는 그물, 큰 고기가 노는 깊은 바다에 던질 수 있다. 아무리 크고 무거운 고기가 잡혀도 둘이 합치면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검사와 스폰서1, 2, 3〉, 〈한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공정사회와 낙하산〉처럼 위험한(?) 프로그램을 연이어 만들면서도 항상 안심할 수 있었다.
12년 동안 PD수첩의 대들보 역할을 했지만 정 작가는 앞에 나서는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해고 사태가 마침내 정재홍 작가를 불러냈다. 정 작가를 불러낸 이 불행한 사태는 역설적으로 방송작가라는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에 주목하는 ‘바람직한’ 계기가 되고 있다. ……
한 프로그램, 그것도 PD수첩처럼 칼끝 위에 서야 하는 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