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에 ‘인혁당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역사인식이 논란이 되었을 때, 사람들(특히 청년층)은 인혁당 사건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당시엔 이미 절판되었거나 논문 형태의 관련서 몇 권밖에는 대중이 쉽게 읽을 만한 책이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그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한 책인데, 전문 역사가가 아니라 여느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인혁당 사건에 대해 잘 몰랐던 저자가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쓰는 것으로 하여 독자와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했다. 저자는 고려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이 책을 쓰기 전까진 한국현대사에 관해선 특별한 공부가 없었다고 했다.
인혁당 사건과 암흑의 시대
박정희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
피맺힌 절규의 시대, “살인마 박정희, 천벌을 받아라!”
“사람 살리시오 / 사람 죽이는 것 / 구경만 하지 말고 / 사람 살리시오”(책 8쪽에 ‘서시’로 전문 게재). 인혁당 사건 희생자 가족 강순희 여사(고 우홍선의 부인)의 피맺힌 절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졸지에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자식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은 1975년 4월 9일 그날 “살인마 박정희, 천벌을 받아라!”며 통곡했다(그 원통함이 하늘에 닿아 박정희에게 ‘김재규의 총’이 천벌로 내렸을까). 유신독재시대에는 이런 절규와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그땐 박정희 한 사람의 권력욕 때문에 국가권력이 무고한 시민을 간첩이나 역도逆徒로 몰아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는 야만의 시대였고 암흑천지였다.
이 책은, 박정희 독재정권이 조작한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을 중심으로 암흑의 시대를 조명했다. 인혁당 사건은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2차 사건을 ‘인혁당재건위(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인혁당 사건은, 1964년 8월 14일 중앙정보부가 “41명의 혁신계 인사와 언론인·교수·학생 등이 인민혁명당을 결성하여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사건으로, 피의자들을 고문하여 사건을 조작한 진상이 폭로됨으로써 정권은 이들을 ‘간첩’으로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1974년 4월 박정희가 “불순세력의 조종 아래 민청학련이 ‘인민혁명’을 획책하고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시작되었는데, 중앙정보부는 그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인혁당재건위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으로 규정하고 “관련자” 24명을 검거했다. 1975년 4월 8일 최종판결에서 이들에게 중형(사형 7명, 무기징역 7명, 징역20년 4명, 징역15년 4명,